美 기림비 앞에선 여대생들
美 기림비 앞에선 여대생들
  • 이은수
  • 승인 2014.11.17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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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수 기자
이은수 기자
지난 7일 오전 미국 뉴저지주 팰팍시 공립도서관 옆 조그마한 공터.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대생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창원대학교 예술대학 학생 19명은 이국만리 미국으로 건너가 위안부 기림비 앞에서 헌화하며 꽃다운 나이에 일제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은 할머니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은 기림비에 적힌 내용을 보고는 눈시울을 붉혔다. 기림비는 일본군에 의해 성노리개로 전락한 소녀가 웅크리며 절규하는 모습을 담아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기념비에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동남아의 젊은 여성 20만명이 일본군의 강요에 의해 성노예로 전락했다고 적었다.

창원대 학생들은 앞서 저지시청에서 가진 전시회에서 일본문 위안부 문제를 환기시켰다. 그중에서도 한복을 입은 소녀작품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전통의상 한복, 그 속에는 우리 선조들의 절개와 민중의 저항정신이 스며들어 있다. 하얀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바라볼 때면 문득 떠오르는 것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 간 소녀들의 다문 입으로 나오는 외침이었고, 잠들지 못해 부은 눈이었고, 울부짓는 몸이었다. 그래서 한복은 선조들의 끊임없는 투쟁이고 저항이었다. 옷 한 벌 맘 편히 입어보지 못했을 그녀들에게 지금에서라도 예쁜 저고리 한 벌을 선물해 주려고 한다. 작품설명에 고개를 떨궜다.

우리가 과거사에 대해 잊었거나 침묵하고 있었을 때 미국인들은 한·일 간의 문제를 뛰어넘어 보편적 인권차원에서 접근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일본은 지금도 이 기림비를 없애려 온갖 회유와 협박을 일삼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여성보호라는 보편적 인권에 반하는 일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창원대 학생들의 미국방문이 여성의 인권을 유린한 역사적 오류를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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