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를 뵈러 갈 때면 믹서기, 전기장판 등 아직 뜯지 않은 살림살이가 몇 개씩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디서 났냐”고 물으면 마을회관 옆 사무실에서 먹을 것도 주고 재밌는 구경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거기서 파는 물건을 미안한 마음에 몇 개씩 사게 됐다고 하신다. 며칠씩 호의를 베풀어 마음 약한 노인들이 안 사고는 못 견디게 만드는, 노인상대 물품 강매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물품 강매의 유형은 무궁무진하다. 의료기구 등을 체험시켜 주며 사은품을 제공, 물건을 강매하거나 온천 등을 무료로 구경시켜 준다며 관광버스 안이나 업체견학을 통해 상품을 강매한다. 최근에는 전화나 길거리에서 행운권에 당첨됐다면서 주소지를 알아낸 후 상품을 보내고 대금을 청구하는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물품구매 기회가 많지 않은 어르신들은 공짜인 듯, 만병통치약인 듯 유창한 화술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에게 속기 쉽다. 올 겨울, 또 다른 살림살이가 늘기 전에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께 꼭 당부해야겠다. 마지 못해서 물건을 집에 가지고 오더라도 뜯지 말고 자식들한테 전화 하라고…. /김연식·창원서부경찰서 경무계·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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