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와 호갱님
블랙프라이데이와 호갱님
  • 이홍구
  • 승인 2014.11.3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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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창원총국장)
미국에서 최대 규모의 쇼핑이 이뤄지는 블랙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11월 마지막 금요일부터 시작되는 이 기간 동안 전 지구촌이 쇼핑 열기로 들썩인다. 한국도 블랙프라이데이를 노린 해외직구 바람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의 나라 쇼핑시즌에 한국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는 ‘호갱님 탈출’과 ‘전략적 소비’이라는 소비심리의 이중코드가 숨겨져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그의 저서 ‘합리적인 미치광이’에서 “만약 시장이 더 넓어진다면 소비자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지고 다양해진다. 공급자 위주의 폐쇄적인 유통 구조와 독점이 낳는 가격 차별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직구는 국가단위의 시장폐쇄성을 극복하여 글로벌시장으로 나가는 소비자 중심 시장구조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해외 직구 거래 규모가 약 1조 6000억원 규모로 지난해의 약 1조 1000억원과 비교하여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 230조원에 달하는 국내 유통시장에서 해외직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 안팎에 불과하지만 지금 같은 추세라면 5%, 10%에 도달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기불황에 내성이 생긴 소비자들이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소비에서 탈피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소비형태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은 한국기업과 유통업체들이 자신들을 호갱님 취급하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해외와 국내 판매가격에 큰 차이를 보이는 한국의 비합리적인 유통구조에 대해 소비자들이 더 이상 참지않고 전략적 소비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해외직구에서 가장 인기있는 품목이 해외 수입제품이 아니라 국내 가전사가 제조, 판매하는 TV품목이라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국내 제조·유통업체들도 뒤늦게 ‘파격세일’을 외치며 대응책 찾기에 분주하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를 호갱님 취급하는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시장의 역습은 더 강화될 수 밖에 없다.

이홍구 창원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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