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천의 아픈기억, 한번으로 족하다
경남 사천의 아픈기억, 한번으로 족하다
  • 이웅재
  • 승인 2014.12.04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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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재 (서부권본부 차장)
이웅재 기자
당연히 사천에 들어설 것으로 알았던 A320 항공기 날개부품 공장이 산청으로 옮겨간 아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손꼽히는 항공 MRO사업이 충북 청주로 갈 것이란 위기감이 나돈다. 충북 도의회가 지난 3일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하는 청주공항 에어로폴리스 개발 내년도 사업비 120억5000만원을 가결, 조만간 부지조성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의 발빠른 움직임을 두고 중앙정부 지원을 견인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란 분석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사천시민사회단체연합회와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 노동조합은 4일 사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AI MRO(항공기 수리, 정비, 개조)사업을 반드시 사천에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밝힌 KAI MRO사업의 전모를 보면 고용인원이 2017년 2600명, 2020년 6700명에 유입인구 1만5000여명 수준이다. 또한 매출액도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의 효과가 대단히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항공사업에서 MRO 분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표현될 만큼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을의 입장에서 각종 불이익을 감수하며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항공기 판매와는 달리 갑의 입장에서 판매한 항공기의 부품을 수십년 동안 공급하며 매년 안정적인 유지관리 비용을 챙길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정적인 납품처 확보는 고용안전으로 이어지고, 안정적인 고용은 연관산업의 동반성장과 함께 지역경제 활성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게 될 것이다. 정부의 주요사업을 추진하는 기업과 해당 지자체 간 부지제공 줄다리기는 다반사다. 기업이 먼저 투자하느냐, 아니면 기업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자체가 먼저 부지를 제공하느냐로 압축된다. 지자체 입장에서 기업의 선택을 기다리는 미온적인 자세를 보일지, 아니면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요구를 들어주는 적극적 행위를 할 지 결정하는 것이 유치전의 핵심이다. 사천시는 이와 관련해 이미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지난 2012년 KAI가 A320 항공기 날개부품공장 부지를 사천지역에서 찾다가 마땅한 공장부지가 없자 약 50km 떨어진 산청에 건립했던 것.

KAI는 지난10월 사천 본사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MRO 성능개량과 관련, 2016년 군용기 성능개량과 개조, 2018년 민수 MRO를 거쳐 2025년까지 종합 후속지원체계를 구축하는 등 MRO 전문사업화 계획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하성용 사장은 “항공기를 구입할 때는 향후 수십년 동안 유지·관리하는 것을 전제로 구매 결정한다”며 “을의 입장에서 기체 판매계약을 하는 순간 갑의 입장에서 부품공급과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하는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 항공기 사업의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또 “연간 5% 정도로 추산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MRO사업이 수십년 동안 진행될 것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항공기를 손해보고 파는 경우도 있다”고도 말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한번으로 족하다. ‘KAI MRO사업’의 사천 유치를 위해 경남도민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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