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찐개찐
도찐개찐
  • 양철우
  • 승인 2014.12.11 13: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철우 기자
양철우기자
중국 주(周)나라 주공(周公)은 밥을 먹다가도, 머리를 감다가도 수없이 뛰쳐 나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음으로써 찾아오는 인재를 놓치지 않았다. 고사 ‘토포악발 (吐哺握髮)’이 유래된 배경이다. 관도대전에서 원소를 이긴 조조가 원소의 진채에서 서책과 문서를 뒤지던 중 발견한 편지 꾸러미를 펼쳐보니 모두 조조 부하들이 원소에게 투항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옆에 있던 조조의 중신들이 원소와 내통한 자들을 모조리 색출해 죽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조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원소가 강했을 때는 나조차도 마음이 흔들렸는데 다른 이들은 오죽 했겠느냐”며 편지 꾸러미를 모두 불태워 버리고 더 이상 거론하지 말 것을 명령하고 중신들의 동요를 가라앉혔다. 비록 그는 역사적으로 잔혹한 면이 많이 부각됐지만 용인술만큼은 정치가로서의 넓은 도량을 가졌다.

밀양시가 1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술렁이고 있다. 6급 이상 승진대상이 최소 12명에서 최대 20여명에 이르니 술렁거릴 만도 하다. 특히 이번 인사는 박일호 시장이 취임 후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는 첫 인사이자 향후 인사의 척도이며, 또 박 시장의 핵심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를 발탁하는 인사이기도 해 이래저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에서 ‘전임시장 색깔지우기’가 표면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귀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박 시장도 밀양이 인재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이다. 전임시장 때 등용됐던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또 등용되지 못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인재난을 겪고 있는 밀양시에 편가르기를 할 여유가 없다. 만일 편가르기가 자행된다면 또 다른 갈등과 불만이 생겨 결국 ‘도찐개찐’으로 전락하고 만다. 밀양을 반석에 올려 놓기 위해서는 정치적이지 않는 소통과 감동의 리더십, 언제나 인재에 배고파야 한다는 사실을 박 시장은 새겨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