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77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 (277회)
  • 경남일보
  • 승인 2014.12.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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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2. 사라진 이상한 새

시민은 마지막 힘까지 다 짜내어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조운의 눈에 똑똑히 보였다. 그렇지만 더 이상 그가 입을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깨달았다.

“비차가 있어, 비차가 있었기에, 나는 여기 진주성전투에서 왜적을 물리친 목사라는 행운과 영예를 얻은 것이오.”

“장군께서는 비차가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그 일을 수행해 내실 수 있는 애국심과 힘을 갖추신…….”

“이 사람 운명은 이 사람 것인즉, 내게 맡겨주기 바라오.”

끝내 조운은 그만 더 할 말이 없었다. 사실 그 스스로도 운명대로 살기 위해 자기를 아끼는 주변 사람들의 권유나 충고를 모두 물리쳤다. 시민에게도 그럴 권리와 자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운명이 아니겠는가 싶었다.

“지금 하신 그 말씀……, 잘 알겠습니다. 차후로 이런 말씀은 절대 올리지 않겠습니다, 장군.”

시민이 힘겹게 팔을 뻗어 조운의 손을 잡았다. 조운은 느꼈다. 그의 손이 아직은 따스하다는 것을. 그의 음성은 더 따뜻했다.

“그대들이 만든 비차야말로 조선 최초로, 아니 어쩌면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난 비행물체로 기록될 것이오.”

그 말을 들은 조운은, 또다시 끝까지 꿈과 희망의 끈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지금까지 비차는 고통과 절망의 뿌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늘 그런 힘을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그 비차가 언젠가는 또다시 장군을 구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시민이 몇 번이나 생기 잃은 눈을 끔벅이며 말했다.

“부탁이 있소. 조금 전에 내가 했던 말, 내 이마에 박힌 총알을 뽑아 달라던 그 말을 거두겠소.”

“그, 그럼 회복하실 수 있다는 자신감을……?”

하지만 시민의 얼굴은 조운이 처음 그방에 와서 보았을 때보다 훨씬 나빠져 있었다. 음색 또한 더욱 무겁고 어둡기만 했다.

“그러니 그대도 듣지 못했던 걸로 해주시오.”

조운은 왠지 모를 불길함을 떨치지 못하는데,

“비차에 대고 약속해 줄 것으로 믿으오.”

조운은 어쩔 줄을 몰랐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칼을 그의 이마에 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어떻게든 그는 살아야 한다는 일념만이 조운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다. 결국 조운은 그대로 그곳을 돌아 나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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