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야기] 229.새해를 맞이하며
[수학이야기] 229.새해를 맞이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4.12.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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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마지막 날이다. 내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다음 글을 읽고 수학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늘 나를 실망시키던 과목은 수학이었다. 특히 숫자와 도형만 나오면 현기증이 날 것 같던 학창시절 수학점수는 좋아하던 국어 과목 점수와 매번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수학 없는 세상’ 을 부르짖던 나와 달리 두 과목을 모두 잘하는 친구에게 그 비결을 물으니 “그럼 수학도 국어처럼 공부해 봐”라고 말했다.

귀가 솔깃해진 나는 친구를 부추기자 결국 친구는 나에게 한 가지 퀴즈를 냈다. “너는 왜 양들이 동그랗게 한 곳에 모여서 풀을 뜯어 먹는 줄 아니? 양떼가 원형으로 모여 풀을 먹는 것에서도 도형의 원리를 찾을 수 있단다. 늑대가 나타나면 바깥에 있는 양들을 공격하는 데 동그랗게 모여 있으면 다른 어떤 도형을 이루고 있을 때보다 위험에 노출되는 양의 수가 줄어들게 되거든. 즉 다시 말해 같은 면적으로 최소 둘레를 갖는 도형은 바로 원이기 때문이야.”

이와 같이 이야기를 통해 수학의 원리와 원의 성질과 장점을 배우니 이렇게 쉬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장 힘 센 도형인 삼각형 이야기를 해 줄게. 삼각형은 다른 도형보다 변의 수는 가장 적지만 힘이 세고 견고하단다. 건축가들이 쓰는 접자를 생각해 봐. 사각형은 한 꼭짓점을 누르기만 해도 모양이 망가지지만 삼각형은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지. 튼튼해야 할 지붕을 왜 삼각형으로 만드는 지 이제 알겠니?”

감탄하는 나에게 친구는 향수병과 페인트 통에 숨겨진 부피의 비밀을 알려주기도 하였다. 길고 좁은 병에 담긴 향수는 표면은 크게 보이게 하면서도 양은 적게 담을 수 있고, 페인트 통은 밑면의 지름과 높이가 같아 최소의 표면으로 최대의 양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A4 용지이지만 세로로 말 때보다 가로로 말 때 부피가 더 커지는 원리와 같았다.

그토록 바라던 ‘수학 없는 세상’이 얼마나 끔찍한 세상인지 깨닫게 된 내게 친구는 마지막으로 “힘내라”며 상큼한 오렌지 하나를 건넸다. “이게 바로 부피의 여왕이야. 최소의 표면으로 가장 넉넉한 녀석은 바로 구(球)거든. 자연은 포장하는 데 절대 낭비하는 법이 없단다” 라고 말했다.

 
김용수 (김용수학학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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