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사봉초교 방학캠프로 전교생 등교
“학교에 오는 게 더 좋아요. 선생님도 볼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잖아요.”
이제 막 발명수업을 마친 4학년 민희(11)는 사봉면 방촌리에 산다. 마을에는 또래 친구가 없다. 학교에 오면 다른 마을에 사는 민지(11)를 만날 수 있다. 이름도 비슷해 마치 자매처럼 보이는 민희와 민지는 늘 같이 붙어다니는 단짝 친구다.
학원이다 선행학습이다 해서 초등학교도 방학이 방학 같지 않다는 요즘.
농촌에 있는 초등학교의 겨울 풍경은 어떤 느낌일까. 휑하니 쓸쓸한 운동장 만이 겨울느낌을 물씬 풍기지는 않을까. 그래서 찾아간 한 농촌 학교. 그곳에서 뜻밖의 학생들을 만났다.
8일 오후 진주시 사봉면에 위치한 사봉초등학교(교장 석길환)를 찾았다. 겨울방학이지만 사봉초등학교는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사봉초교는 전교생이 31명에 불과한 전형적인 농촌학교다. 지역 여건상 마을과 마을이 멀리 떨어져 있어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서로 얼굴조차 보기 어렵다.
사봉초교는 지난 5일부터 2주간 겨울방학 캠프를 열고 있다. 도심학교와는 달리 방학 기간 중에 마땅한 놀이수단이 없는 농촌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놀이공간이다.
교과 프로그램과 사군자, 스포츠클럽, 발명교실 등 특기적성프로그램을 배우는 겨울캠프는 단 1명의 학생을 빼고는 전교생이 모두 참가했다. 1~2학년 학생은 돌봄 교실에서, 3학년 8명, 4학년 4명, 5학년 4명, 6학년 5명의 학생들이 캠프에 참여해 공부도 배우고, 특기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발명수업을 지도한 김민경(25)교사는 “한 동네에 같이 사는 아이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방학이 되면 멀리 떨어진 지역의 아이들은 외톨이가 되어 버린다”면서 “학교에 오면 친구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함께 놀 수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워낙 마을과 마을의 거리가 떨어져 있다보니 이 학교에서 걸어서 학교에 등·하교하는 학생은 단 1명 뿐. 나머지 30명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스쿨버스 2대로 매일같이 등·하교한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20여 개에 가까운 마을에서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것도 학교로서는 큰 일이다.
발명수업 시간에 만난 이준(13·6년) 학생은 “방학기간에 학교에서 부족했던 공부를 배우는 외에 친구와 함께 지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석길환 교장은 “농촌지역이 고령화 되다보니 학생 대부분이 동네에 또래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방학이 되면 그런 학생들에게 학교는 훌륭한 놀이터가 된다”고 말했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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