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견디는 나무를 보며
겨울을 견디는 나무를 보며
  • 경남일보
  • 승인 2015.01.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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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이영숙
공자는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라야 소나무·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고 하여 소나무와 잣나무의 변하지 않는 절의를 높이 평가했다. 여름이면 모든 나무들의 잎이 우거져 어떤 나무가 푸른지 알 수 없지만, 겨울이 되면 대부분 나무들의 잎은 지고 소나무와 잣나무 등 상록수들만 푸름을 유지하고 있기에 그것을 변하지 않는 지조로 보았다. 그리고 이 불변함을 사람에게 비유해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봐야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는 뜻으로 사용했다.

‘자신이 어려움에 처해봐야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아 공자의 이 말을 참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상록수의 푸름은 그래서 겨울에 더 빛난다. 성삼문의 시처럼 백설(白雪)이 만건곤(滿乾坤)해도 독야청청(獨也靑靑)하고 있으니, 그 절조와 기개는 소름 돋을 만큼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상록수의 이 변하지 않는 푸름으로 인해 가을에 잎이 지는 나무들은 졸지에 지조 없는 뭇 나무들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것이 먼저 입력된 고정관념이 우리에게 주는 또 하나의 선입견이 아닐까. 가을에 잎이 진다고 하여 어찌 지조가 없을까.

겨울을 견디는 나무들을 보면 그들은 그 나름대로 또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그 나무들은 마른 잎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를 버린 채 오롯이 맨몸으로 겨울의 찬바람과 흰 눈을 견뎌낸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성장시켜 봄이 되면 한층 더 자란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렇게 끊임없는 생명력으로 우리를 감동시키고 변화하며 성장하는 것이 잎이 지는 나무들이다. 그러니 그들도 지조 없는 뭇 나무들은 아니다.

삶이 힘겹다 느껴질 때 겨울 찬바람을 견디며 꼿꼿하게 서 있는 나무들을 보면 세상의 힘겨움을 한 번 더 견뎌낼 힘이 생긴다. 겨울을 견디는 나무는 날씨가 추울수록 더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어 가듯, 우리네 인생도 고난과 역경이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인생의 나이테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단단하게 성장한 나무가 제대로 된 재목이 되듯, 시련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한 사람이 제대로 된 인재가 될 것이다.


이영숙 (경상대학교 경남문화연구원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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