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리
좋은 소리
  • 경남일보
  • 승인 2015.01.21 1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능석 (전문예술법인 극단 현장 상임연출)
고능석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성악을 하는 후배가 약간의 ‘잘난 체’로 자신을 무장하고 주변의 이야기를 잘 안 듣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제법 칭찬을 받은 모양이었습니다. 선배로서 한번쯤은 건드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죠.

어느 날 행사 뒤풀이 자리에서 마침내 그 친구를 깔(?) 기회가 왔습니다. 제가 대뜸 물었습니다. “너에게 하나님은 어디에 있어?” 상당히 공격적이었죠. 그 친구는 독실한 크리스찬입니다.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그 친구가 “제 마음속에 있죠!”라고 하더군요. 약간은 까칠하게 방어기제를 사용하더군요.

저는 이때다 싶어 마구잡이로 공격을 합니다. “왜 하나님을 니 몸속에 가두니? 난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하나님은 온 우주에 충만해 계셔야지. 니 마음속에 하나님을 가두는 건 교만이라고 본다. 생각만으로가 아니라 실제 감각적으로 우주에 있는 하나님을 느껴야 겸손해지고 경건해진다고 생각한다. 발성도 마찬가지다. 니 몸 안의 발성기관에만 신경을 쓸 것이 아니라 주위의 공기, 더 나아가서는 우주의 파장에 몸의 감각이 연결이 되어 있어야 소리의 울림도 좋아질 것이다. 단언컨대 니 소리는 교만한 소리야.” 그 친구의 황당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지금 그 친구와는 매우 친해졌습니다.

저는 발성을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고민, 혹은 자기 생각에만 빠져서 대화를 하다보면 소리가 자기 몸속에 함몰되어서 그 파장이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상대를 전혀 인식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하는 사람과는 같이 앉아 있기가 힘들죠. 반대로 너무 주눅이 들어서 모기만한 소리로 자기 입안에만 소리를 머금고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도 참 답답하죠. 두 가지 경우 모두 자기 몸 안,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서 상대를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변을 느껴야 자신의 소리가 세상과 반응합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을 어떻게 보고 느끼느냐에 따라 소리의 울림이 달라집니다. 존중하면 안정된 소리가, 사랑하면 부드러운 소리, 당당하면 명쾌한 소리, 미워하거나 깔보면 날카롭고 신경질적인 소리가 납니다. 여러분은 어떤 종류의 소리를 내고 싶으신가요?

고능석 (전문예술법인 극단 현장 상임연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