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시론]인성교육이 근본 해결책이다
[경일시론]인성교육이 근본 해결책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1.2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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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새해 벽두부터 인천 어린이집 교사의 폭행사건으로 온 나라가 또다시 떠들썩하다. 폭행장면을 영상으로 본 국민들은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해당 교사를 구속하고 어린이집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그것만으로 엄마들의 분노와 공포가 사라질지 의문이다. 엄마들 사이에서 우리 아이를 안전하게 보살필 곳이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된 것은 진작부터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벌써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도만 다를 뿐 유사한 일들이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는 성난 엄마들의 목소리가 거세다.

정치권에서도 부모들의 불안과 불만을 의식한 듯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부모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가 취해 온 대책들이 ‘그 나물에 그 밥’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언급되는 대책들도 마찬가지다. 보육교사 처벌, 자질 강화, 평가인증제 보완, 감시용 CCTV설치 등 감독과 처벌강화가 전부다. 대부분 폭행사건이 터질 때마다 언급되는 단골메뉴에 불과한 정책들이다.

어린이집의 근무환경과 조건이 좋다고 해서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잘 대하고, 감시카메라가 설치돼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잘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너무 순진하다. 그곳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해당 교사와 어린이집에 대한 엄벌, 일벌백계, 퇴출대책도 필요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평가인증제를 보완한다고 해서 폭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안이한 생각이다. 아동폭력 논란의 시발점이 됐던 어린이집의 평가점수는 95.96점이 넘었다. 평가항목을 추가한다 해도 엉터리 인증을 완전히 막을 방법은 없다.

결국 우리는 인성교육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다루는 휴먼서비스는 제대로 된 인성을 갖춘 자가 담당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아동폭행, 군대 구타, 학교폭력 그리고 땅콩회항까지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인성문제다. 인성이란 사람됨이며,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가치를 담은 마음과 행동양식을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산업인력 양성에 밀려, 입시경쟁에 밀려 인성교육을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등한시해 왔다. 그로 인해 경쟁에서 남보다 앞서는 능력은 있어도 남을 배려하고 타인과 협력하고 소통하는 공동체 정신은 상실됐다.

마침 지난 연말 국회에서 여야의원 100여명이 공동 발의한 인성교육진흥법이 통과됐다. 이 법에서는 인성교육의 핵심가치와 덕목으로 예(禮)와 효(孝) 그리고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력 등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다. 물론 법이 만들어진다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해결되지는 않는다. 지금부터 국가와 지자체, 학교와 가정이 함께 인성교육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교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성을 중시하는 관행도 정착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팻말을 들고 부모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 말은 스페인의 자유교육 선구자인 프란시스코 페레가 한 말이다. 아이들이 자기표현이 서툴고 약한 존재여서 때리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도 자주적이고 창의적이며 의식적인 본질을 갖춘 인격체라는 것이다. 인성을 잘 갖춘 교사가 아동의 자주성과 창의성을 지켜줄 때 우리의 미래도 희망이 있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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