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 ‘아버지’와 우리의 아버지
국제시장 ‘아버지’와 우리의 아버지
  • 정영효
  • 승인 2015.01.2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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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효 (논설위원)
지난해 12월 17일 개봉된 영화 ‘국제시장’이 새해 들어서도 기세가 여전하다. 개봉 4일 만에 100만명을 넘은데 이어 8일 200만, 12일 400만, 15일 800만, 28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첫 1000만 영화에 올랐다. 1월 17~18일 주말에 65만 관객을 동원했고, 1월 19~23일의 평일에도 평균 1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국제시장’에는 우리의 아버지(가장)들이 겪었던 한국 현대사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에서 아버지(가장)는 1950년 6·25 한국전쟁의 흥남철수 장면, 시작부터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 주인공 ‘덕수’ 아버지는 흥남철수 때 배를 타지 못한 막내를 찾기 위해 배에서 내린다. 이 때 아버지는 아들 ‘덕수’에게 “내(아버지)가 없으면 덕수가 가족을 책임지는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며 아버지 역할을 맡긴다.

▶덕수의 아버지가 ‘아버지’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족을 위해 희생했듯이 주인공 ‘덕수’ 역시 ‘아버지’라는 짐을 진 채 희생하며 살아야하는 운명에 놓인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가장)가 되어버린 ‘덕수’에게 ‘아버지’의 삶을 살아가게 강요했다. 가족(어머니와 동생)의 생계을 책임지게 했고, 흥남철수 때 헤어진 아버지와 막내동생을 찾게 했으며, 자신의 꿈마저도 포기하게 했다.

▶가족을 위해 지하갱굴에서 사투를 벌였고(파독광부), 베트남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돈을 벌어야 했던(기술근로자) ‘덕수’의 삶은 우리의 아버지들이 겪었던 모습이다. 이전에 그랬듯이, 지금의 ‘아버지’들도 ‘덕수’와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하면 아들세대들은 믿을까. 지금의 아버지들도 가족을 위한다는 마음만은 ‘덕수’와 절대로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권위가 자꾸 추락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영효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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