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성과 감성
품성과 감성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4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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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능석 (전문예술법인 극단 현장 상임연출)
고능석

내가 참 좋아하는 후배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친구는 평생을 학생운동, 노동운동, 인권운동 등을 통해 사회변혁을 시도해온 소위 운동권 출신이다.

진보와 보수에 대한 끝도 없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던 어느 날 술자리에서 “예전에는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주장하는 게 진보였다면, 요즈음은 품성의 진보가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보란 나누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자기 주장만 하는 사람, 이기적인 사람은 진보가 아니라 그냥 꼴통이다”라고 그 친구가 말했다.

‘품성의 진보’란 말이 내 마음 속으로 쑥 밀고 들어왔다. 끊임없이 후배들에게 ‘나누는 발성’을 이야기해 왔고, 소리를 나누기 위해서는 ‘일상에서의 나눔’이 꼭 있어야 한다고, ‘품’이 넓어야 소리도 넓어진다고 주장해 왔던 내가 아니던가. 그런데 정치적 논쟁 자리에서 ‘품성의 진보’라는 단어를 들으니 뭔가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경제가 한 나라를 이끌던 시대는 끝났다고 일부 진보적인 학자들이 주장을 하고 있다. ‘이성’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도 깨지고 있다. 지나친 경쟁과 끝없는 소비로 사람들의 삶은 더욱 불안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져서 곳곳에서 상위 1%에 대항하는 싸움이 번지고 있다.

내 생각에도 ‘감성’을 억누르고 무시한 결과 환경파괴와 전쟁이 끊이지 않고, 세계 종말론이 우리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쓰나미가 올 때마다 사람들은 과학적 근거를 들이대면서 원인과 결과, 예방대책을 세운다. 그런데 그 옛날 조상들처럼 ‘우리들이 지은 죄가 하늘을 찔러 신께서 노하셔서 이런 큰 재앙을 주시는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여, 서로 아끼고 나누고 착하게 삽시다.’ 이렇게 하면 지금의 세상이 좀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이성이 아닌 감성이 사회통합의 핵심 고리가 되는 세상, 감성을 기반으로 세계와 조화롭게 사는 인간형이 중요시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고능석 (전문예술법인 극단 현장 상임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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