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인사청문제도를 다시 생각해 본다
[경일포럼]인사청문제도를 다시 생각해 본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2.0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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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전 고려대학교 초빙교수
그동안 국회에 나와 인사검증을 받는 과정에서 공직후보자가 보여준 인생행적을 보면 여간 못마땅하지가 않다. 위장 전입은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 투기나 농지법위반을 위시해서 각종 탈법이나 위법을 밥 먹듯이 한 것을 보면서 분노하기조차 하였다. 특히 평생 학문을 하면서 살아왔다는 사람마저 논문 표절이나 제자논문 가로채기를 식은 죽 먹듯이 하였다는 데 이르러서는 머리가 다 휘둘릴 지경이었다. 살아온 그들의 인생들이 서민대중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불공정행위와 위선으로 가득 찬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사검증이 정파적 이해와 지엽말단적인 비리 같은 것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그 직(職)에 대한 적합도나 능력평가는 안중에도 없이 검증은 흐지부지 되지 않았나 싶다. 능력 검증은 장막 뒤로 사라지고 사소한 사생활의 약점만 부각시켜 낙마시킨 사례는 없는지 한번쯤 뒤돌아볼 일이다. 애국자의 후손이 친일파의 후손으로 둔갑하고 극일(克日)발언이 친일발언으로 교묘하게 분식(粉飾)되어 낙마한 경우도 우리는 보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낙마는 언제나 대통령의 리더십에는 치명적이다. 야당으로서는 당연히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검증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검증이 계속되어야 할는지를 우리는 솔직하게 논의해 보아야 할 것 같다. 현재의 시각과 정치적 편 가르기로 능력검증은 무시한 채 도덕적 잣대만 들이 댄다면 우리는 엄청난 인재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자초하게 될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이라면 충무공은 물론이거니와 영국의 넬슨 제독도 결코 제독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넬슨제독이야 말로 세기적인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문제투성이의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이태리 나폴리왕국 주재 대사의 부인인 엠마 해밀턴(Emma Hamilton)과의 염문은 가히 세계적이고 세기적일만큼 유명한 사건이었다. 그에 더하여 근무지를 이탈하여 벌리는 유락(遊樂)행위는 누구도 용서 할 수 없을 만큼 난잡하기조차 했다. 그러나 나폴레옹 군대가 영국을 향해 출발하였다는 소식이 들리자 조지 3세는 천하의 바람둥이 넬슨을 해군총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우리 국회가 내세우고 있는 거룩한 잣대로 본다면 그는 분명 사령관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백범 김구 선생도 또한 예외일수가 없었을 것이다. 조국광복을 위한 피나는 투쟁은 모르는 척 하면서 어쩔 수 없는 사생활만 들추어낸다면 어찌 백범인들 정부 요직에 천거될 수 있을 것인가! 백범은 약혼을 4번씩이나 하면서도 모두와 파혼을 했거나 사별하였다. 중국의 어느 촌구석에 숨어 5년의 은둔생활을 할 때 뒷바라지를 해주던 뱃사공 처녀와 동거를 하기도 했다. 그 여인은 백범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이를 두고 누가 감히 부도덕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손문(孫文)의 경우 3명의 자녀를 둔 부인이 있었다. 그러나 손문은 49세에 자신의 혁명동지인 22살의 처녀인 송경령과 결혼을 한다. 이중(二重)결혼인 셈이다. 원래의 부인은 현모양처로 혁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혁명을 위해서는 송경령과 같은 내조자가 필요했다. 혁명적 기질이 넘쳐나는 송경령은 손문이 죽은 후에도 그는 혁명전선에 뛰어 들어 중국 여성운동을 주도하였다. 당시 중국에서는 첩을 인정하는 유습은 있었으나 이중결혼을 인정하는 풍속은 없었음에도 아무 누구도 손문의 이중 결혼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사례가 좋다는 얘기는 아니다. 불가피한 측면을 이해하면서 정파적 이해를 떠나 능력을 위주로 인사검증을 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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