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만병통치약 벌꿀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만병통치약 벌꿀
  • 경남일보
  • 승인 2015.03.0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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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을 막론하고 의약품과 의술이 발달되기 이전에는 꿀이 만병통치약처럼 사용됐다는 기록이 수없이 많다. 1923년 데워스라는 미국의 고고학자가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발굴했을 때 약 3300년 전의 꿀단지를 발견하였는데 놀랍게도 뚜껑을 열어보니 벌꿀이 상하지 않은 채로 보관되어 있었다고 한다. 현대과학으로 해석해 볼 때 벌꿀의 살균력과 산화 방지 효과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학자들은 이러한 꿀의 살균력을 이용하여 미라를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원전 2600-2200년경에 쓴 「스미스 파피루스(Smith Papyrus)」에는 꿀의 900가지 요법이 500회나 언급되어 있고, ‘열대 생물학 아시아 퍼시픽 저널’에서는 기원전 2100-2000년에 꿀을 약으로 사용하였다고 언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시대에 꿀이 사용된 기록이 있고, 「동의보감」에서 꿀은 성질이 평안하고 ‘꿀맛’이라는 말 그대로 맛은 달며 독이 없다. 몸속의 장기를 편안하게 해주고 기운을 돋우며 통증을 멎게 하고 해독도 한다. 또한, 온갖 병을 치료하고, 모든 약 기운을 조화롭게 해주며, 소화기관인 비장의 기운을 길러준다. 이질도 멎게 해주며, 입안이 헌데 꿀을 발라주면 좋고, 눈과 귀를 밝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필자가 어릴 때는 감기에 걸리거나 입술이 부르트거나 혓바늘이 생기거나 몸살을 하거나 기침을 하거나 외상을 입었을 때 꿀을 먹거나 혹은 상처 부위에 바르곤 하였는데 신기하게도 잘 나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꿀을 만병통치약처럼 취급하고 있을까…?

꿀은 꿀벌이 꽃의 밀선 등에서 채취한 감미성 분비물을 벌집에 모아 놓은 것을 분리 채취한 것인데, 꿀 1kg을 생산하기 위해 꿀벌이 꿀을 빨아야 할 꽃의 수는 560만 송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10kg의 꿀은 5600백만 송이로부터 얻는 셈이다. 정말 어마어마한 숫자이고 꿀벌의 엄청난 정성이 쌓인 결정체가 바로 꿀이다. 원래 꽃에 존재하는 단맛 성분은 대부분이 설탕이다. 그런데 이것을 채취한 벌꿀은 신기하게도 포도당과 과당이 주된 성분이다. 그러니까 설탕이 포도당과 과당과 같은 단당류로 바뀌는 신기한 현상은 꿀벌이기에 가능하다. 즉, 꿀벌이 생산한 인베르테이스(invertase)라는 효소의 작용과 꿀벌의 수없는 날갯짓으로 수분을 날려 보내는 물리적 성숙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진귀한 보석이다.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져 왔던 꿀의 정체를 화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주성분은 포도당 25~37%, 과당 25~45%, 맥아당 2~12%, 설탕 0.5~3% 범위이다. 설탕을 첨가하지 않은 꿀은 포도당과 과당의 합이 약 70%에 이른다. 수분은 20%, 단백질 0.2%, 회분은 0.1%로 주로 칼슘, 인, 철, 나트륨 및 칼륨으로 구성되어 있고, 비타민은 비타민 B1, B2, B6, B12, C 등이며, 이외의 성분으로는 개미산, 젖산, 색소, 고무질, 효소 등이 미량 함유돼 있다.

꿀의 기능성으로는 첫째, 항균 활성이 높다. 상처에 꿀을 발라 치료하였다는 기록은 고대 이집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원리는 꿀의 점조성, 삼투압, 꿀을 희석할 때 생성되는 과산화수소, 식물체의 화밀(nectar)로부터 유래된 플라보노이드(flavonoid)류와 카페산(caffeic acid), 페룰산(ferulic acid)과 같은 페놀류에 의한 항균성 물질 등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당뇨 환자에게 안전한 감미료이다. 꿀 속에 많은 과당은 인체 내 당분 흡수를 지연시키는 한편 이미 흡수된 당분을 빨리 소비시켜 혈당의 상승을 막아주기 때문에 당뇨 환자에게 추천할만한 감미료다. 셋째, 꿀은 기침 예방에 좋다. 소아과 및 청소년 의학 기록에 게재된 한 연구에 의하면 어린이 감기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꿀을 먹인 결과 그렇지 않은 어린이보다 기침을 덜 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넷째, 꿀은 피로회복에 제격이다. 꿀, 한 스푼(21g)이면 피로를 회복하는데 충분하다. 꿀은 산화 방지 효과가 있고, 또 많은 양의 과당은 혈액 내 당의 흡수를 지연시켜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천천히 배출하는 연료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운동 전후의 꿀물 한잔의 효과는 다른 음료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외 알레르기 완화 작용, 피부미용 및 두피 건강에 좋다. 그러나 몸에 열이 많거나 술을 많이 먹어서 설사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체질적으로는 소음인에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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