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바람직한 공직자상
<이준의 역학이야기> 바람직한 공직자상
  • 경남일보
  • 승인 2015.03.2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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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연금개혁문제로 여야가 시끄럽고, 공무원 노조는 공무원 연금을 잘못 관리한 중앙정부에 일차적 책임을 돌리며 여야의 안에 대하여 크게 반발하고 있다. 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공직자의 근무의욕과 사기를 저하시켜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하소연을 하고 있다. 야당의 당사 앞에서 시위를 하고 길거리에서 현수막 피켓을 들고 유인물들을 나누어 주며 공무원의 처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과 접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정작 시큰둥하다. 몇몇은 이렇게 뇌까리며 지나간다. “그래도 니들은 월급이나 받지, 우리는 알바 할 일자리도 없다. 연금? 그게 뭔데. 나는 늙어 힘 빠져 일도 못하면 그저 콱 죽어 버릴 거다.” 거의 냉소와 저주에 가깝다.

공무원들의 안타까운 하소연과 호소가 일거리와 소득이 없는 시민들에게는 사치스런 투정으로 비치는 모습이 작금의 실정이다.

항산성(恒産性) 항상심(恒常心)이라는 말이 있다. 일정한 일거리와 일정한 소득이 있어야 백성들의 마음이 평온해지고 주변과 이웃과 서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여유까지 갖추어 진다는 뜻이다. 일정한 일거리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소득이 없으면 마음이 불안하고 조악해지며 급기야 타인에 대한 원망과 저주 예측하지 못하는 돌출행동도 나타난다. 최근 들어 불안 생계로 인한 정신적 고통, 이로 인한 묻지 마 살인과 폭력 언동 등이 주변에서 심심찮게 일어나는 것도 이런 현상들과 무관하지 않다.

백성은 밥을 하늘로 삼는다. 백성의 하늘은 밥이다.

하여 국민들은 밥 앞에서 그저 무한정 이기적일 따름이라고 전제하여야 한다. 고픈 배를 움켜지고 불만 가득한 눈초리로 공직사회와 정치권을 째려보고 있다고 상정하여야 한다. 이처럼 가득한 이기심과 불평불만을 잔뜩 가진 국민들이 그저 공무원들에게는 한량없는 도덕성과 윤리성 그리고 희생자의 모습을 바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며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들이 천사처럼 한없이 너그럽고, 부처님처럼 무량하게 자비롭고, 예수님처럼 사랑이 넘쳐나고, 적당히 감추면 그저 보아주고 넘어 갈 마음 넓은 바보일 뿐이라고 생각하다가는 큰코다치고 망조(亡兆)들기 십상이다.

이 한 가운데에 선 공무원들의 입장이 참으로 애닯지 않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공직이라는 자리는 인고(忍苦)의 자리이다. 노정객 김종필옹은 ‘정치란 허업(虛業)’이라 하였던가. 실컷 남 좋은 일시키고, 정작 자기 몫은 챙길 것이 없고, 챙겨서는 안 된다는 소리이리라. 기브앤 테이크(give & take)의 교환논리가 정석(定石)인 시장경제관으로 정치와 공직을 생각하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마음이 어려울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펼쳐드는 토정비결, 토정 이지함 선생이 잠깐 맡았던 포천현감과 아산현감 재직 시, 선생의 고을백성들을 위한 마음 씀과 현실적인 시책들은 대단히 교훈적이고 귀감 된다. 스스로는 가난을 재미 삼았고, 밥상은 잡곡밥과 나물국 한 그릇으로 족하였다. 토지세를 받아 챙겨 제 배 채워 불리기에 혈안이 된 중앙정부의 고관대작들과 고을아전들의 벌 떼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걸인청(乞人廳)을 만들어 배고픈 백성들을 구제코자 하였고, 백성들에게 자립할 기술들을 가르쳐 스스로 먹고 살게 하였다. 음양효와 8괘의 조합으로 괘 풀이를 한 토정비결의 저자는 정확하게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그 사상은 토정선생의 뜻을 담고 있다. 좋은 괘 상에는 불리한 해석을 붙여 경계하게 하였고, 그렇지 못한 괘에는 좋은 말들은 많이 달아 희망을 갖고 용기 분발하라고 격려를 하고 있다.

우리는 더불어 모두 잘 살아야 한다.

어떻든 국민들을 위한 공무원들의 행정서비스 향상과 아울러 이들의 은퇴이후를 위한 연금문제가 지혜롭게 풀려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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