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교정에 희망을 심어주는 마음
[교단에서] 교정에 희망을 심어주는 마음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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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향 (하동 화개초왕성분교장 교사· 시인)
지난 4월 1일은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개교기념일이었다. 개교기념일과 식목일을 맞이해 학부모들께서 학교 운동장에 벚나무를 식재해 주었다. 지난해에는 애써 가꿔온 소나무 분재도 학교에 기증해 줬다고 한다. 트럭으로 나무를 옮겨 와서 운동장 한 귀퉁이에 심어 놓고는 교무실로 방문을 했다. 그 또한 교육활동에 심취해 있을 교직원들에 대한 배려의 몸짓이다. 각박하기만 한 현 시대에 보기 드문 감동적인 풍경이었다.

이곳 학교는 조그마한 분교인데도 학교전반 교육에 관심과 열정으로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는 학부모들이 학생 수보다 많은 신기한 곳이다. 교육활동 설명회나 공개수업에도 학급의 학생 수보다 참석한 학부모가 더 많은 진풍경이 연출되는 곳인 것이다.

지난 3월 교육과정 설명회에서의 일이었다. 필자가 국민의례의 애국가 지휘를 했는데, 반주소리가 노랫소리에 묻혀 지휘가 틀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애국가 노랫소리를 숨죽여 작게 부르는 경향이 있는데, 지리산 골짜기를 울릴 듯 우렁차게 부르는 학부모님들의 노랫소리에 깜짝 놀라 신나게 지휘를 하다가 반주보다 앞서갔던 것이다. 필자는 뒤이어 실시된 각 업무계획 발표시간에 한마디 멘트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제가 군중들 앞에서의 애국가 지휘 경력 27년에 노랫소리가 커서 반주소리를 못 듣고 지휘를 놓친 건 처음입니다. 왕성 학부모님들 멋집니다. 최고입니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갈채를 보내주셨다. 참으로 작은 학교에 부임해 어안이 벙벙하리만큼 놀란 생소한 열정의 학부모들과의 만남이었다. 너무도 순박해 첫만남에서 또 한번 놀랐던 아이들의 부모들이었다.

순박함이 묻어나는 태도가 돋보이는 아이들의 배경이 바로 이러한 학부모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긍정적인 생활태도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었다. 어떠한 교육활동을 펼치든 비판이 앞서는 세상에서 열심히 해놓고도 좋은 시선만을 기대하지 않는 현대의 교사들의 아린 통념을 깨는, 학교에 대한 무한신뢰와 교사에 대한 존경과 감사가 존재하는 곳이다.

학부모가 솔선해서 학교와 교사를 믿어주고 배려해주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학교에 자동차로 한시간 반 거리를 출근한다. 고단함에 앞서 ‘오늘은 아이들을 무엇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해줄까’ 하는 고민을 하며 출근하는 자신을 발견하며 또 놀란다.
 
최숙향 (하동 화개초왕성분교장 교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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