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4월은 잔인한 달?
[경일칼럼] 4월은 잔인한 달?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7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만물이 소생하고 새 생명이 움트는 봄을 알리는 첫 번째 신호는 꽃이다. 여러 종류의 꽃도 피는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알리는 꽃은 매화이다. 겨울의 얼어붙은 땅에서 인동초같이 인내하며 혹한을 이겨낸 끝에 고운 꽃을 피워 맑은 향기를 뿜어내는 매화는 봄꽃 중에서 가장 일찍 개화하는 꽃으로 대개 2월말에서 3월초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3월 말에는 산수유 꽃과 개나리가 봄을 알린다. 벚꽃과 진달래는 개나리보다 3~4일 정도 늦게 피어나 4월초 중순에 만개한다. 철쭉은 봄꽃 중 가장 늦게 피는 꽃으로 4월말이 돼야 피기 시작한다. 대체적으로 봄꽃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는 4월 초순으로 보면 될 것 같다.

폐십일문(閉十日問)이라 하여 십일 동안 문을 닫고 매화가 질 때까지 매화만 보았다고 한 매화꽃은 바람에 흩날려 춤을 춘다. 개나리와 산수유는 대표적인 봄꽃이지만 쉽게 구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산수유가 개나리보다 일찍 꽃이 피고 키가 크다. 반면 개나리는 산수유보다 늦게 꽃이 피고 키가 작고 산수유에 비하여 무성하게 꽃이 핀다. 노란 빛깔이 우리 마음과 세상을 따뜻하게 밝혀준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의 진달래는 첫사랑과 사랑의 기쁨을 노래한다. 수줍은 미소 속에 고귀함이 묻어나는 하얀 목련. 전 국토를 봄꽃의 절정에 올려놓는 절세미인의 벚꽃. 그 외 민들레, 할미꽃, 제비꽃, 은방울꽃, 초롱꽃, 나리꽃, 접시꽃 등 이름만 들어도 정감이 가는 꽃들도 있다.

봄은 4계절의 시작이고 희망, 새로움, 젊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13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고 19일은 자유당 정권이 저지른 3·15 부정선거에 시민들이 항거해 대대적인 시위를 일으켜 이승만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제1공화국을 종식시킨 민주주의 시민혁명인 4·19혁명 기념일이다.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이다. 이렇게 의미 있는 일들이 많은 달이 4월인데, 4월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4월은 잔인한 달’로 떠올린다. ‘4월은 잔인한 달’이란 말은 시의 제목이 아니라 T.S 엘리어트의 ‘황무지’란 시 중 한 부분에서 인용한 글인데, 4월이 되면 명언이 되고 있는 것이다.

4월은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는 달이다. 3·15 부정선거를 저지하기 위해 우리 젊은이들은 피를 흘리며 죽어 갔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월인 4월, 이제 더 이상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닌 희망을 노래하는 4월이 되자. ‘미(美)를 추구하는 마음은 선(善)에 통한다’고 칸트가 말했듯이, 아름답고 착한 마음으로 돌아온 4월을 생명의 등불로 밝혀 보자. 엘리어트가 표현한 4월 잔인한 달은 인간의 마음은 황무지처럼 황폐화한 정신적 공황상태를 간접적으로 시대상을 묘사한 것일 뿐, 자연은 새로운 생명이 움트고 꽃이 활짝 피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4월은 결코 잔인한 달이 아닌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펼치는 4월이 되기를. 메마른 대지에 봄비야 세차게 내려다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