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묘자리
[이준의 역학이야기] 묘자리
  • 경남일보
  • 승인 2015.04.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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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가 물었다. “형님, 형님 같은 사람이 어째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소? 아무래도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소.” 형님이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조상 묘를 잘 써서 안 그렀나.”

물론 그렇기야 하겠냐마는 대꾸할 필요조차 없는 물음에 무안하지 않을 만큼의 핀잔이리라. 묘터를 요상 야릇하게 생각하는 세태에 기대어 말 섞음을 기지있게 끊어버린 것이리라.

세인들은 믿거나 말거나 하면서, 한편으로는 호기심 반 또 한편으로는 초월적이고 신비한 힘의 효험에 대한 두려움을 확실하게 떨쳐버리지 못하는 애꿎은 심사에서 집터와 서산의 묘지를 이러쿵저러쿵 얘기들 한다.

얼마 전 친척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조상들의 묘소들을 모아서 한 곳으로 이장하려고 한다고 하여 장소를 좀 보아 달라하기에 이 방면에 대하여 잘 아는 것이 없기는 하지만 함께 가 본적이 있다. 매장보다는 화장을 이용하는 추세 및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산소를 한 곳으로 모으는 움직임은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 땅에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서 기꺼이 동행하였다.

그런데 이런 묘사일을 하는 속셈이 인터넷사업에서 꽤나 성공한 집안의 조카하나가 더 큰 욕심으로 시작하는 것이라는 소릴 듣고 속으로 썩 내키지 않아 대강 산세만 보고 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온 것에 대해 마음이 걸렸던지 그 터가 어떤지 꼭 답변을 해주기를 원하였다.

나도 잘 모르는 일이라 지인을 통하여 산세를 잘 본다는 인근지역의 이름난 보살무당 및 그의 제자라 일컫는 이들과 함께 다시 그곳을 찾았다. 그 이들은 대뜸 아주 형편없는 곳에 터를 잡았다고 힐난하였다. 그들의 반응은 나의 예측과 조금도 빗나가지 않았다. 터에 대한 나의 예측이 아니라 세칭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에 대한 나의 예측 말이다. 남이 잡은 터는 무조건 엉터리이고 흉하고 미래가 어떻게 되며 몇 대 자손이 어떻게 된다는 증명할 수 없는 겁나는 소릴 공포스럽게 뇌까리는 행태를 말함이다.

사실 그 터는 우리나라에서 열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각각 몰래 모셔 와서 여러 지역을 다니면서 좋다고 말한 곳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터로서 필자가 보기에도 참 좋았다.

반사적으로 내가 물었다. “왜요?”

터 주변의 이끼와 물기를 지적하며 “수기(水氣)”때문이란다.

수기(水氣), 수맥(水脈), 감난(坎難), 바닷가·호수·큰 강·소란스런 계곡 물소리 주변의 우울증. 정신질환, 음란(淫亂) 등의 기운들이 연상되나 이것을 혈처(穴處) 길흉의 판단근거로 활용하는 것에 대하여 한참 생각하였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다른 별에서 물기를 생명존재의 가능성으로 전제하여 이를 규명하고자 혈안이 되어 있는데, 이 별에서는 물기를 불행과 흉조(凶兆)의 근간으로 보니 참 아이러니 하였다.

함께 간 친척이 굉장히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괜찮으니 그대로 추진하라고 말하였다.

수기가 홀로 튀어 오르려는 용수철이고 힘이라면, 불기(火氣)는 타는 무엇이 바탕에 있어야 존재하는 붙음이니 수화의 기운은 그 위상에 따라 영원히 작동하는 에너지원이다.

비록 수기의 비췸이 있다고 하나 산세가 좋고 남방 태양이 양지바르니 좋은 곳이라 말하였다.

그제야 안심이 되는지 안도의 한숨을 푹 쉬었다.

저마다 터를 소중히 여겨야 하나 무엇보다 근본은 마음 밭이 제일이다.

이리저리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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