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의 동행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23년의 동행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 오태인
  • 승인 2015.04.20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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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2년만에 사지마비된 남편 돌봐온 김현진씨
▲ 아내 김현진씨가 척수장애인 임채호씨 볼에 뽀뽀를 하자 임씨가 멋적은 웃음을 짓고 있다.


23년을 함께했다. 교통사고로 휠체어에서 21년을 생활한 임채호(54)씨와 아내 김현진(48)씨에 대한 이야기다.

두사람은 친구 소개로 만났다. 당시 아내 김씨는 남편을 누구보다 건강하고 자상하며 재밌고 착한 총각으로 기억했다. 임씨도 아내를 조신하지만 활동적인 사람으로 기억했다. 둘은 1992년 결혼해 8개월된 딸과 김씨는 임신 3개월째 둘째도 임신중이었다. 하지만 두사람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1994년 5월 18일 임씨는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로 경수손상 판정을 받아 사지를 움직이지 못했다. 임씨는 절망했고 자살까지 여러번 생각했다.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차라리 세상에서 없어진다면 가족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 임씨 곁에 아내 김씨가 있었다. 김씨는 사고 당시 하늘이 무너지는 절망을 함께 겪었다고 했다. 그러나 곧 현실을 직시하고 가족 전부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의 손발이 되어 주는 것 그 자체가 힘들었다. 매일 몇번씩 남편의 대소변을 갈아줬다. 시댁과 주변사람들의 갈등도 함께 왔다.

김씨는 힘든 생활 속에 사고 나기 전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며 참아냈다. 톨게이트 징수원으로 시작해 틈틈히 대학을 다니면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김씨는 현재 전국을 돌며 조직관리와 관련된 강사 일을 하고 있다. 남편 몸이 건강했으면 오히려 자기 꿈과 사회생활을 못했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유방암 수술을 받은 그는 성치 않는 몸이지만 항상 남편 건강이 우선이라고 한다.

임씨는 항상 곁에서 자신을 지켜준 아내가 고맙다. 도움을 준 주변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장애인 선배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가졌다고 한다. 어려움을 딛고 10년 전부터 외부활동도 시작했다. 장애인복지관에서 탁구 등 취미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임씨는 본인의 몸이 불편한데도 다른사람을 배려하는 삶을 살고 있다. 2012년에는 진주시 모범장애인상을 수상했다. 또 올해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는 모범장애인 가정상을 받는다.

끝으로 남편 임씨는 아내 김씨에게 “항상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항상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오태인기자 tae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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