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민화, 조선 서민들의 삶을 그리다
[경일칼럼]민화, 조선 서민들의 삶을 그리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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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램 (창원대학교 예술대 교수)
예술은 시대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예로 조선시대 ‘김두량’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그는 동물 중에서도 특히 ‘삽살개’를 많이 등장시켰는데 이때 ‘개’는 사대부를 비유한다. 그의 작품에서 하늘을 향해 배를 보이며 편안하게 뒤집혀 누워 있는 개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있는데, 몸은 뒤집혀 있고, 눈동자는 조심스레 무언가를 살피는 듯 눈치를 보는 개의 모습에서 호의호식하는 사대부들을 비난하는 정치적 배경을 담은 그림으로 표현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조선은 사대부 지배계층의 부패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동시에 서양문물이 유입된 것과 사대부들의 부패는 중인이나 서민, 즉 피지배계층의 자유, 평등, 인간적인 삶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주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새롭게 인식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됐고,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확인과 연구가 처음으로 시도된 시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이때 민화의 등장으로 서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된다.

당시 사대부들은 그들에게 맞서는 중인·서민들과 갈등을 빚게 되면서 구체제와 신체제라는 대립적인 구도를 표출하게 됐다. 중인·서민들은 그들만이 가진 특색을 살린 일상, 신념, 소망 등이 담겨야 했다. 정통회화와는 다른 억제·통제되는 관념이나 이상적 세계가 아닌 환상적 세계, 직설적이면서도 명확한 형태를 가진 비정상적·비현실적인 왜곡된 형태의 과감한 표현이 필요했다. 대중은 여기에서 즐거움을 찾았고, 자신들의 소망을 빌기도 했다.

그러나 민화는 삼국시대 고구려 고분벽화의 ‘사신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고분벽화는 무덤 벽에 청룡, 백호, 현무, 주작, 황룡의 다섯 마리 상징동물을 방위에 따라 빛깔과 형태를 각기 달리한다. 우주 질서를 지키는 다섯 상징동물을 표현한 작품으로 중앙을 제외한 네 마리의 상징동물의 형상이 사신도이다. 사신도는 정형화돼 조선시대 민화의 주제들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는데 용, 호랑이, 거북, 봉황 등의 그림이 바로 그것이다. 민화에 등장하는 주제들은 고구려 고분벽화가 그 뿌리인 셈이다.

민화는 서민들의 꿈과 상상, 신비의 세계, 무의식 내면세계, 두려움, 운명을 주제로 한다. 그러나 사대부들의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조선시대를 지배해온 정통회화가 이상주의적이고 절대주의적인 사대부 양반의 예술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민중은 오히려 민화에서 대중적인 소재로 대중에게 익숙한 그림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인기상품으로 반기는 추세였다.

최근 민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속된 그림, 촌스러운 그림, 잡종 그림 등의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2001년 화가 이우환이 프랑스 기메박물관에 기증한 민화 작품들의 평가는 민화가 보여주는 색감이나 생동감, 휴머니즘 등은 놀랍고, 심지어 초현실주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좋은 평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하며, 우리 그림에 대한 가치를 외국인이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강바램 (창원대학교 예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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