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나눔의 문화 벼룩시장
[경일칼럼] 나눔의 문화 벼룩시장
  • 경남일보
  • 승인 2015.04.2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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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자 (시인)
황숙자 (시인)

 

주말 오후 아파트 북 카페를 끼고 광장에서 벼룩시장이 열렸다. 집에서 평소 쓰지 않는 다양한 물품을 가지고 나와 서로 나누며 교환하는 주민들의 친목도모 겸 열린 행사이다.

필요 없어진 것들을 손쉽게 쓰레기장이나 재활용장으로 보내지 않고 아직 쓸 만한 것들을 들고 나온 젊은 엄마들과 초등학생들이 장을 펴고 앉았다.

“딱지 열장에 백원, 로봇은 이천원” 마이크까지 든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고 보통 야무진 게 아니다. 대부분 손때 묻은 장난감, 동화책이거나 작아서 못 입게 된 아이 옷, 신발, 수제로 만든 잼, 비누, 머리핀 등이다.

어쩐 일인지 엄마들은 조금 물러서 있고 아이들이 더 판매에 열을 올린다. 아이들에게는 물건을 팔기 위해서 소리를 높이다 보면 소심함을 벗어나 용기도 배우게 되고 더불어 조기에 하는 어린이 경제교육이 될 것이다.

벼룩시장 한켠에는 부침개와 떡, 차가 준비되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눠 먹는 자리도 마련했다. 기증받은 물품의 수익금은 전부 기부하고 참여주민의 의사에 따라 자유기부하도록 안내하고, 기부금액은 우선적으로 아파트 도서관 활성화에 쓰일 것이라고 한다.

공동체문화를 형성하여 나에게는 필요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쓸모 있는 것들이라면 이렇게 나눔하는 자리는 입주민들끼리 소통하는 자리도 되고, 아이들에게는 자연스럽게 경제개념까지 심어주게 되는 셈이다.

사용하지 않지만 버리기 아까운 의류, 생활용품, 도서, 장난감 등 상업적 목적이 아닌 순수한 주민교류의 장을 만들자는 취지는 건전하고 경제적이고 평소 알지 못했던 이웃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아파트 벼룩시장은 주민들의 호응도와 참여도가 높은 행사 중의 하나이고, 이웃 간의 정이 싹트는 주민화합 프로그램으로서 적절한 것 같다. 이런 작은 활동이 파생되어 갈등을 넘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라든지 이웃 간에 발생되는 불신과 오해를 줄이고, 소통과 참여에서 해답을 찾는 것은 바람직한 형태라고 보여진다.

나눔과 기부로 돌고 돌아오는 열린 장터인 작은 아파트 벼룩시장이 계기가 되어 결국에는 집단 갈등인 층간소음 같은 문제들을 원활하게 소통하며 해결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 공동체 의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고 건강한 주거문화를 형성해 나가는데 기여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이 나서서 이런 행사를 마련하는 것은 더불어 살기 좋은 아파트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에 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수시로 열리고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서 이웃 간에 서로 얼굴도 익히고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분명 아름다운 마을문화인 아파트 문화의 꽃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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