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헛발질
<이준의 역학이야기> 헛발질
  • 경남일보
  • 승인 2015.05.0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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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치즈를 옮겨갔을까?’에서 ‘스니퍼’와 ‘스커리’라는 생쥐는 변화하는 환경과 미래를 예측하면서 그 때에 따라 알맞게 적응하며 잘 살아 나가지만, ‘햄’과 ‘허’라는 꼬마인간은 현실에만 안주한다. 뒤늦게 변화의 낌새를 눈치 챈 허가 햄에게 이래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지만, 햄은 과거의 경험을 고집하며 빈 창고에만 집착하면서 굶주리고 산다. 흔한 말로 1루에 발을 붙히고는 절대로 2루로 뛰어 갈 수 없는 이치를 허는 모르고 있는 셈이다.

최근 4·29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단 한곳도 당선자를 내지 못하여 제1야당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되어버렸다. 이유와 까닭이야 구구절절하겠지만 대개 전쟁과 선거는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시되는 일반적 정황에서 볼 때, 비록 속이 쓰리고 억울이야 하겠지만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 더 당당하고 대인다울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는 그러한 당당한 제서추어를 보이지 못하였다.

이어 선거 다음 날 새민련에 대한 언론의 질타들이 하루 동안 무지막지 하게 쏟아 졌다.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자’들이 감동도 없이 메마른 구태의연한 ‘정권심판’론을 내세우며 오히려 스스로의 입지를 허물어 버렸다는 지적들이다. 마치 꼬마인간 허가 과거의 경험만을 유일한 신조로 삼아 빈 창고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는 너무 식상해져 어떤 울림도 울릴 수 없는 공허한 구호에만 머물러 있다는 질타이다.

이어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 연금개혁이나 국민연금문제도 여야할 것 없이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들이다.

공무원 연금문제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다. 국민(國民)들은 궁민(窮民)으로 허덕이고 있는데, 은퇴 후의 노년까지 탄탄하게 보장해 놓으려는 공무원들의 강경한 태도에 국민들의 심사가 편치만은 않다.

물론 오늘도 국민들의 생계와 행복을 위하여 격무와 씨름하고 있을 공무원들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그래도 공무원은 별탈이 없는 한 신분은 정년까지 보장되고, 국민 경제가 어렵고 서민들은 죽을 판이라도 공무원의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기에 숨쉬기가 일반 서민들보다는 한결 수월하다. 공무원들은 노년은 역시 그래도 서민들 보다는 훨씬 낫다.

그러나 여야의 합의과정을 보면 국민들은 언제나 명분으로만 존재하고, 현실은 항상 목소리 큰 쪽으로 기울어지며, 그 사상은 늘 과거의 기억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에만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그들 자신만 오로지 선한 싸움에서 고독하게 투쟁하고 있다는 독선적 영웅심리에 사로잡혀 허접한 민중을 일깨워 이끌고 가야한다는 기묘한 사명감으로 불타고 있다. 전혀 민중과 관계없는 그들만의 게임놀이로 스스로 자화자찬하고 스스로 설정한 프레임에 빠져 제 혼자 선구자적 괴로움을 토로한다. 참 웃기는 모습이다. 하여 서민들의 눈으로 보면 정치인이 하는 짓거리는 늘 철지난 각주구검(刻舟求劍)이고 허공을 찬 헛발질이다.

김무성 대표의 신묘, 정유, 계해, 기미와 문재인 대표의 임진, 계축, 을해, 병술의 충일(充溢)한 물바다가 제발 국민들의 갈증과 배고픔을 씻어주는 지혜로 모아져야 할 터인데, 산천초목 문전옥답 초가삼간을 휩쓸어 버리는 재앙(災殃)으로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금년 을미 백호년에 이들 기운의 흐름은 천간에서 생으로 돌아가지만, 지지에서 서로 충하니 그럴듯한 이념이나 명분으로 할 일 다하였다고 손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들의 충만한 수기가 땅위에서 발발기며 충(衝)하고 있는 서민들의 생계에 단비가 되었으면 한다.

국민들은 다만 제 스스로 살아가면 되고, 정치가들이 제3류 엔터테인먼터로 회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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