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강민호 야구장’ 건립 “삐끗”
양산시 ‘강민호 야구장’ 건립 “삐끗”
  • 손인준 기자
  • 승인 2015.05.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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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야구선수 이름 딴 국내 제1호 야구장 탄생할지 ‘주목’
양산시가 추진하는 ‘강민호 야구장’ 건립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구장은 롯데 자이언츠 간판스타 강민호가 내놓은 기부금 2억원에 시비 3억원을 보태 건립할 계획이지만, 양산시의회가 시 예산 전액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강민호 야구장은 현역 선수의 이름을 딴 국내 첫 야구장이라는 점에서 추진 초기 단계부터 야구계와 지역 사회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업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

◇ ‘강민호 야구장’ 어떻게 추진됐나

강민호 야구장 건립사업은 지난 1월 초 양산시와 강민호 선수가 ‘강민호 야구장 건립 및 후원사업 추진을 위한 협약’을 하면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협약에는 황산 문화체육공원 1만5000㎡ 터에 좌·우 펜스 100m, 중간 펜스 125m의 정규 야구장을 조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관람석 200석, 운영실, 선수 대기실, 이동식 화장실, 주차장 등도 포함됐다. 야구장은 양산지역 야구 꿈나무들과 사회인 야구 동호회원 등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말 강 선수가 양산시에 기부 의사를 타진하면서 물밑 추진됐다. 시는 당시 강 선수의 기부 의사를 수락, 예산을 보태 오는 7월 야구장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정규 구장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하는 원동중학교 야구부와 다음 달 야구부를 창단하는 물금고교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93개에 달하는 사회인 야구 동호회에서 야구장을 확충해달라는 민원도 한몫했다. 지역사회도 당시 야구장 건립계획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다. 강 선수 이름을 딴 ‘스타 마케팅’을 통해 스포츠 관광사업 등의 효과도 기대했기 때문이다.

◇ 양산시-양산시의회 신경전…의회, 예산 전액 삭감

시의 계획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시의회가 관련 예산을 삭감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시의회는 지난 1일 열린 제138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강민호 야구장 건립사업에 투입하려던 예산 3억원을 삭감했다. 절차상 문제가 이유다. 시가 해당 사업과 관련해 의회 보고를 사전에 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다.

시의회는 지방자치법 제39조(지방의회 의결사항)를 근거로 시가 협약식을 하기 전 의회 의결을 거쳐야 했다고 지적했다. 시는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과 관련해서는 협약식을 하기 전에 시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의결을 받으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당시 강 선수 훈련 일정 등도 있고 해서 좀 서두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의회 일각에서는 특정인 이름을 딴 야구장 건립은 명분이 약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시의원은 “(강 선수가) 전액을 기부한 것도 아닌데 특정 선수의 이름을 붙이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며 현 상태로는 추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겉으로는 절차상 문제를 둘러싼 대립같지만, 속내는 시와 시의회의 감정싸움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시의회는 현안을 다루는 과정에서 집행부가 의정 활동을 방해하거나 위상을 훼손했다며 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야구장 예산 삭감 직후 시가 곧바로 시의회 공무원 2명을 보직없이 기획예산담당관실로 인사조치한 것도 갈등의 골을 키웠다. 양산시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다음 회기 때 야구장 건립사업 동의안을 제출하는 한편 관련 예산이 반영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인준기자·일부연합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강민호 선수와 나동연(오른쪽) 시장이 지난 1월 7일 오전 양산시청 브리핑룸에서 꿈나무를 위한 야구장 조성을 위한 2억원 기탁 협약식을 가지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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