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신이 실종된’ 6주기의 암담한 민낯
‘노무현 정신이 실종된’ 6주기의 암담한 민낯
  • 경남일보
  • 승인 2015.05.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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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6주기 추모식에서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인 건호씨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공개적으로 면박하고 참석자 일부가 김 대표에게 물병을 던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권력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하는 건호씨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대선 때 남북정상회담록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이 NLL포기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앞장섰던 김 대표에 대해 감정이 격했을 법하다. 그러나 원한관계가 있다 해도 장례이나 추도식에 온 사람에게 상주가 예를 갖추는 게 우리 정서요 문화다.

여기에다 야당 내 비노 김한길·박지원 의원에게도 ‘쓰레기’ 같은 욕설과 야유가 쏟아졌다. 또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광주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은 ‘배신자’라는 비난과 함께 물세례를 받았다. 하지만 문재인 당 대표에겐 ‘힘내라’며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전직 대통령 6주기 추모식이 정치 갈등의 소동현장으로 뒤바뀐 것이다.

건호씨의 미리 써 온 추도사를 보면 상주가 문상 온 손님을 공개적으로 비난하려고 작심하고 준비했다는 뜻이다. 건호씨는 전직 대통령 아들로 처신하기보다는 ‘친노의 행동대장’으로 나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건호씨의 추도사 발언에 대해 실망과 답답함,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의 마음을 헤아렸을 리 만무하다.

문제는 문 대표가 추도식 현장에서 건호씨의 격한 인사말을 제지하지도 못했고, 비노계 야권 인사들의 봉변도 막지 못했다. 그래서 갈등 표출의 부담은 고스란히 친노 수장인 문 대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노무현을 위한다며 오히려 노무현 정신을 가장 욕되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건호씨의 ‘비아냥과 냉소, 조롱이 뒤섞인 독설’에 문 대표의 침묵은 야당의 위기를 더 키울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노무현 정신이 실종된’ 6주기의 암담한 민낯을 그대로 보였줬다는 국민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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