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걷기와 산행은 국민운동
[특별기고]걷기와 산행은 국민운동
  • 경남일보
  • 승인 2015.05.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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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본부장)
     
▲ 김종민

한국인이 지배하는 미국 여자프로골프. 한동안 세계의 피겨스케이팅을 끌어온 김연아. 골프와 피겨스케이팅에 국민이 일어나 환호해도 국민운동은 덤덤한 걷기와 묵묵한 산행이다. 측구장과 야구장에 사람이 밀려들고 함성이 일어나도 국민운동은 걷기와 산행이다.


물이 맑고 수변이 푸르고 시원한 도시하천. 꽃이 화사하고 나무도 제법이다. 시민이 물결마냥 부산하게 강물처럼 흐른다. 밤늦게도 분주하다. 달리고 자전거를 타고 두런두런 앉기도 하나 다들 걷는다. 도시하천이 걷기의 천국이다. 물에는 오리와 백로가 한가하다. 하천이 명품이면 하천걷기가 축복이다.


앞산 뒷산에 붙어 살면 집을 나서 오분 십분에 산에 들고 숲이다. 도시마다 산이 두르고 시내에 산이 있다. 산이 바로 공원이다. 멀리가지 않아도 조금만 걸어가면 산으로 이어진다. 산에서는 가는 대로 가고 오잔 대로 내려선다. 능선을 따라 길게 산봉우리를 건너는 이도 있고, 쉬엄쉬엄 산자락을 따르는 이도 있다. 산이 걷기의 천국이다. 국립공원인 산도 도시에서 멀지 않다.

하루나 며칠 일정으로 멀리 명산도 찾아나선다. 도시의 산행도 특별하나 원행은 자주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특별하다. 설렘이 다르고 여운이 한참 길다. 산행이 활력소다. 산길이 잘 닦여져 마음에 드는 산은 예외없이 산행이 편안하다. 도시하천은 자잘한 걷기로, 산은 굵직한 걷기로 국민운동을 받쳐준다. 산길로만 행복할까. 산이 명품이라 산길이 명품이고 산행이 행복이다.

도시하천과 산은 걷기의 천국이 되고 국민운동의 요람이 됐으나 늘상 걷는 마을길과 동네길 하며 도로는 다르다. 집을 나서면 도로요, 아침저녁으로 걷는 길이고 좋아지면 얼마라도 걷는 길이나 마을과 도시 길이 신통치 않다. 보행자의 천국인 마을과 도시를 만드는데 소홀해 국민운동 걷기가 도로에서 밋밋해졌다. 도로가 넉넉하고 안전하며 가로수가 푸르고 아파트와 빌딩과 집에 나무와 꽃이 아름다운 동네길과 도로는 무한한 즐거움의 원천이고 걷기의 천국이나 아쉽게도 길이 불안하고 나무와 꽃이 눈에 차지 않는다. 가로수와 거리의 풍경이 남다른 곳은 걷기의 천국이나 굳이 남의 동네 길을 찾아 가지는 않는다. 그림의 떡이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즐기기에 국민운동이다. 걷기가 그러하다. 거미줄처럼 깔린 도시의 도로, 집으로 이어지는 동네길, 일터와 학교로 통하는 길. 집을 나서면 들어가는 일상의 길이다. 동네길과 도로를 걷기의 천국으로 가꾸면 집을 나서고 직장과 학교로 오가는 길이 천국이다. 거미줄같은 도로망이 천국인 도시, 가로수와 정원이 달라지고 공원이 달라지면 길이 천국이다. 도로풍경을 남달리 가꾸면 천국이 다채롭다. 도시하천과 산을 향한 마음만큼 투자와 노력을 도로에 돌릴 때다. 도시생태연구가 실마리를 풀어낸다.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접하고 즐기는 도로를 한없이 그린다. 길이 시민의 천국인 도시가 천국이다.


김종민 (국립생태원 생태보전연구본부장)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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