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어처구니
  • 경남일보
  • 승인 2015.06.03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허표영

잡곡을 갈아볼까 하고 창고 구석에서 맷돌을 꺼내 왔다. 매함지 안에 위짝과 아래짝, 중쇠는 있는데 윗돌을 돌리는 맷손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 손잡이인 어처구니가 없다. 다른 모든 준비가 다 되어도 이것이 없으면 어쩔 수가 없다. 자재나 일의 핵심이랄 수 있다. 화룡점정에 해당되는 중요한 물건이다.

젊을 때 비박을 계획하고 친구들 대여섯 사람이 지리산을 오른 적이 있다. 저녁 때가 되어 밥을 하려고 보니 총무가 깜박하고 코펠을 준비해 오지 않았다. 쌀과 물이 아무리 있어도 버너 위에 올릴 취사도구가 없으니 속수무책이었다. 이틀 동안 다섯 끼니를 밥 한 톨 구경할 수가 없었다. 어처구니가 없는 경험이었다.

세월호 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국가나 국민 모두가 온통 슬픔 속으로 가라앉았다. 배의 출항준비도 결함이 많았지만 선원이나 해경들의 구조활동도 미흡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화가 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선박과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도모해야 할 선장의 행위였다. 사건의 핵심이랄 수 있는 사람이 사고를 팽개치고 도망쳤다. 무슨 변명을 해도 용서하기 어려운 어처구니없는 행동이었다.

높은 연봉을 받고, 국민의 대표로 뽑힌 국회의원들의 지난 회기 법안 처리 건수는 낙제점이라고 한다. 경제나 복지 등 민생관련 법도 정쟁에 밀려 버렸다. 사사건건 대립하고, 자기들이 유리하게 의회를 끌어가고자 하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서로 국민을 위해서라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는 사람들이다.

한 나라를 몇 십년 간 침탈해 고통과 좌절을 줘 놓고도 반성할 줄 모르는 뻔뻔한 일본 수상의 얼굴을 본다. 위안부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고, 일제 강점기 동안 조선이 발전했다고 망언을 늘어놓는다. 독도를 향한 욕심을 그칠 줄 모른다. 아무리 자기들 땅이 가라앉고, 태풍과 해일의 피해가 심하다 해도 이웃 나라를 욕심내고, 괴롭히는 그들의 태도는 어처구니가 없다.

맷돌의 어처구니는 목공소에서 새로 만들어 쓸 수 있으나 세상에는 다시 만들기도, 고쳐 쓰기에도 곤란한 이해하기 어렵고, 기가 막히는 어처구니들이 있다.


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