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신록의 계절에 국회의원의 품격을 말하다
[경일칼럼]신록의 계절에 국회의원의 품격을 말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5.06.0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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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이양하는 ‘신록예찬’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두루 4시를 두고 자연이 우리에게 내리는 혜택에는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 혜택을 가장 풍성히 아낌없이 내리는 시절에는 봄과 여름이요, 그 중에도 그 혜택이 가장 아름답게 나타나는 것은 봄. 봄 가운데도 만산(萬山)에 녹엽(綠葉)이 우거진 이때일 것이다’라고 했듯이, 4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 국민은 복 받은 사람들이다. 1년 중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이더냐.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이, 겨울에는 하얀 눈이 우리 마음을 매년 설레게 한다. 지금은 초여름으로 사방이 초록빛으로 우거진 녹음이 짙은 신록의 계절이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사시사철 정직하게 봉사하고 아낌없이 기쁨과 행복을 선사하지만 우리는 그런 본정도 모르고 자연을 해코지하고 괴롭힌다. 그러면 결국 우리 사람들이 죗값을 치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국정을 심의한다. 국회의원에게는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이 부여된다. 국회의원 1인 연간 비용은 약 7억700여만 원이 지급된다. 모두 국민의 혈세로 지급된다. 심지어 품위유지비라는 항목도 있다. 지역구민을 대표하여 대의정치를 펼치는 국회의원은 리더로서 품격을 갖춰야 한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회의원의 품격에 혀를 찬다. 툭하면 싸우고 툭하면 욕보다 더한 막말을 한다. 지난 국회 본회의장 4층 방청석에는 100명의 초등학생이 앉아 있었다. 여야 의원들이 고성으로 막말을 주고받고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한 초등학생이 교사에게 물었다. “저렇게 소리 지르고 싸워도 국회의원은 혼나지 않나요?” 교사는 답변하지 못하고 겸연쩍은 웃음만 지었다. 그날 방청한 초등학생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초등학생들이 자라 먼 훗날 국가 리더가 되었을 때 어떤 리더가 될까.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고운 말을 쓰고 싸우지 말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막말을 하고 싸우는 것을 가르쳤다. 그 나라 국민성이 그 나라의 국격을 결정짓는 것이다.

개개인의 인격이 모여 사회의 품격이 되고 나라의 국격이 된다. 미국의 신학자 제임스 프리먼 클라크는 ‘소 정치인(politician)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대 정치인(states man)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이 반대해도 다음 세대, 나라를, 미래를 위해서는 바른 길이라고 생각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콘트레리언(contrarian) 리더십을 펼쳐야 한다. 표만 의식하는 표(票)퓰리즘에 빠져서는 안된다. ‘한비자’는 정치를 하는 것은 무릇 머리를 감는 것과 같아서 머리카락이 다소 빠지더라도 반드시 머리를 감아야 한다(爲政猶沐也, 雖有棄髮, 必爲之·위정유목야, 수유기발, 필위지)고 했다. 작은 손실이 있더라도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해야만 한다. 이제는 제발 싸우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정직하고 신뢰 받을 수 있는 국회의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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