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쇼맨십
[이준의 역학이야기] 쇼맨십
  • 경남일보
  • 승인 2015.06.1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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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강행 기류 속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메르스 방역에 전념하고자 11일부터 21일까지로 예정됐던 유럽 출장 일정을 취소한다고 지난 5일 선언하였다. 박원순 시장의 이 선언은 신선한 느낌으로 비추어졌다. 박원순 시장의 이런 몸짓이 대통령의 방미강행이라는 사안과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지율에 금을 가게 만들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도 미국 방문을 연기한다고 10일 발표하였다. 이런 모양새만 놓고 볼 때 이번 상징주도권 쇼맨십서 박원순 시장이 일단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대개 대중들은 이런 상징적 제스처에 무심하다. 그러나 메르스와 같은 예민한 상황에서는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일비일희(一悲一喜)하는 것이 대중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심각한 상황일수록 정치인들의 언행은 매주 신중하고 또 사려 깊어야 한다.

역사적으로나 일상생활에서도 이러한 상징적 언행은 비일비재((非一非再)하지만, 그 압권은 여전히 석가의 염화시중(拈華示衆)에 빙그레 미소 짓는 가섭과, 역사적 연대를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눈 예수의 십자가가 아닌가 한다. 그리하여 절간에는 삶의 일체고액(一切苦厄)을 해탈한 부처의 자비스런 미소가 있고, 성당과 교회에는 까닭모를 원죄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인류의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스스로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에 희생양으로 처형당한 예수의 십자가가 있다.

상징적 제스처는 이처럼 시대를 초월한 공감과 감동과 추앙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은 자기의 존재를 드러내고 대중을 일정한 방향으로 몰고 가 특정의 프레임에 가두려는 의도에서 끌개(attractor) 내지 방아쇠(trigger)로서의 선동적 쇼맨십을 상황에 따라 자주 연출한다. 더러는 성공하고 더러는 실패한다. 그것이 필요할 때도 있고 전혀 필요 없을 때도 있다. 만약 그런 쇼맨십이 사회의 불안과 갈등을 야기 시키고 문제해결보다는 상황을 악화시킨다면 그것은 사악한 짓거리이다. 그 반대라면 이는 박수 받을 만한 일이다.

또 개인의 기질적 측면에서 이런 쇼맨십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이런 것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박원순 시장의 명조는 다양하게 회자되고 있다. 병신 경인 정묘, 병신 경인 정미, 병신 계사 계유, 병신 신묘 임진, 을미 무인 계묘 등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나열한 이유는 어느 것이 박원순 시장의 기질과 비슷하겠느냐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앞의 두 명조는 따스함, 배려, 경건, 종교, 불꽃, 시위, 드러냄, 촐랑거림, 쇼맨십의 뉘앙스가 강하다면 뒤의 세 명조는 사려, 결단, 음모, 고집, 약함 등의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것이 불(火)과 물(水)의 기질적 차이이다. 필자는 정미라고 추정한다.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꿰어 찬 것을 비추어 보건데 시주에 관성이 있지 않나 추정 해본다.

박원순 시장의 선언이 서울 시민의 안전을 열망하는 절박한 심정 및 우국충정에서인지 아니면 개인의 기질에 의한 정치적 쇼맨십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성급한 발표에도 사려 깊지 못한 허점이 있었고, 이어 대응적으로 내 놓은 최경환부총리의 발표에도 신중하지 못한 오류들이 많았다. 이런 설왕설래를 보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절절한 심정으로 접근하여야 할 고위공직자들이 국민을 상대로 면피(免避)용 정치적 쇼맨십을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면서, ‘없는 놈 눈만 흘겨도 섧다’는 식으로 왠지 우롱당하고 있다는 불쾌감이 울컥한다.

우리는 언제쯤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에게서 사탕발림의 겉도는 쇼맨십이 아닌 진실한 상징으로서의 감동적인 언행을 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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