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달픈 노년…도내 학대노인 증가
고달픈 노년…도내 학대노인 증가
  • 김귀현
  • 승인 2015.06.1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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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노인학대 인식의 날…인식개선·관심 필요
#사례=지난해 겨울 경남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의 상담원은 진주에 사는 김영희(70·가명) 할머니 집을 찾았다. 자기방임 학대 신고를 듣고 간 집은 앉을 자리 하나 없이 짐을 쌓아둔 상태였다. 실내는 어두컴컴했으며 김 할머니는 좁은 구석에 누워만 있는 것이 일상의 전부라고 했다. 김 할머니는 끼니를 거르는 등 건강 상태가 악화된 상태였지만 요양병원이나 시설 입주는 거부했다. 결국 김 할머니는 수 달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경남노인보호전문기관과 경남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학대 신고접수 건수는 2011년 789건, 2012년 979건, 2013년 994건이었으며 지난해 933건을 기록했다. 소폭 줄었지만 이는 지난해 7월 기관 분리로 인해 신고가 분산된 결과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는 총 385건으로 한 달에 77건꼴의 신고가 접수됐다. 2010년에 비하면 한 달에 17건꼴, 총 건수는 28% 가량 증가한 셈이다.

학대행위자로는 아들·딸이 13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배우자가 33명으로 뒤를 이었다. 학대주범의 절반은 자녀지만 60대 이상, 배우자인 경우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이른바 노(老)-노(老)학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경남발전연구원 ‘경남의 노인학대 예방방안’ 연구보고서는 재가를 통한 노인부부 단독세대가 늘면서 배우자에 의한 노-노학대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경남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이정임 팀장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배우자에 의한 가정 내 폭력사례와 요양기관 내 학대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에는 부양이나 재산을 두고 갈등을 피하려고 노인을 방임하거나 스스로에 의한 자기방임 사례도 늘고 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고 접수가 느는데 비해 실제 학대 판정 사례는 절반에 못 미친다. 친족이 학대행위자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불이익을 걱정해 학대 사실을 은폐하고 조치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학대 사실이 분명해도 증거 수집이 어려워 일반 사례 또는 잠재적 사례(학대발생 상황은 아니지만 학대위험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례)로 구분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경남지역의 경우 잠재적 학대 사례 비율이 타 지역과 큰 편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2013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경남의 노인학대 잠재적 사례 수치는 65.8%로 전국 평균인 27.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노인 학대 인식 개선과 노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에 대한 인식 부족, 학대에 대한 인식 부족이 노인 학대를 부른다”며 “요양원 등 기관에서 신체가 불편한 노인의 기저귀를 갈 때 가림막을 치지 않는 것도 성적 학대의 일종”이라고 했다. 이어 “노인 인권 학습과 학대위험요인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뒤따라야만 노인 학대를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UN과 세계노인학대방지망은 노인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학대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06년부터 매년 6월 15일을 세계노인학대인식의 날로 지정한 바 있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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