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거리
구경거리
  • 경남일보
  • 승인 2015.06.17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허표영

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대여섯 줄로 땋아 내려 뒷덜미에서 끈으로 묶었다. 귀에는 치렁치렁한 황금색 귀걸이를 달았다. 요란한 화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신호등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옆에는 촌에서 온 듯한 할머니 한 분이 뚫어지게 남자를 쳐다본다. 세상에는 별 희한한 꼴도 다 본다는 듯이 놀란 눈과 약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아침에 시내를 걸어가다 내가 지었던 표정도 저 모습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가씨 한 사람이 거의 상반신을 드러낸 노출차림으로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래 치마도 웬만한 속옷 팬츠보다 더 댕강했다. 수영장에서나 봄직한 옷 차림새였다. 옆에서 남자친구가 연신 여자의 볼에다 입술을 맞추며 걸어갔다. 거리의 보행자들도 새로운 구경거리를 만난 듯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주었다.

요즘은 개성의 표현이 강조되는 사회이다. 획일적이고 일률적인 차림이나 의식은 환영을 받지 못한다. 남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발상이 환영을 받고, 톡톡 튀는 창안과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표현, 그런 것을 망라한 새로운 시도가 요구되고 있다.

변화는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지나친 파격과 탈선은 조심해야 한다. 입을 다물지 못하는 촌 노파의 놀람이나 나 같은 사람의 둘 곳 몰라 하는 시선 때문이 아니라, 그 시대의 보통 사람들이 납득하고 수용하기 어려운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전위행위는 문제가 있다.

세상에는 구경을 할 만한 거리가 많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도 있고, 눈요기 쇼핑도 있고, 지적 욕구를 충족하는 문화관람도 있다.

공감을 일으키는 구경거리를 보고 싶다. 보면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감동으로 서로의 손을 마주 잡고, 사람들 사이의 어떠한 장벽도 뛰어넘을 수 있는 거리가 좋다.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고, 사람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꾸며줄 볼거리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남의 시선을 부끄러움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기표현이 거리를 활보하였으면 싶다. 추하거나 민망하면서 외면하고 싶은 것보다는 싱그럽고, 부러우면서, 공유할 만한 문화의 표현을 보고 싶다.

 

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