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하대동 수백년째 '전 재산 기부' 뜻 기려
“우리 동네의 아름다운 전설입니다. 후대에까지 이런 숭고한 뜻이 오래도록 전해지기만 바랄 뿐입니다.”
진주시 하대동 주민들은 매년 6월 22일이면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한 제사를 모신다.
동네 사람들은 속칭 ‘만대 할매의 제사’라고 부른다. 사실 이 제사를 지내는 동네 주민들도 만대 할매에 관해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
심지어 만대 할머니가 정말로 여성인지, 혹은 남성인지도, 언제적에 살았는지도 모른다. 만대 할머니와 관한 기록과 문서가 전해 내려오는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 제사를 언제부터 지낸 지조차도 불투명하다. 다만, 선대의 선대로부터, 꾸준히 내려와 족히 수백년에 걸쳐 내려오지 않았는가 추측할 뿐이다.
주민 탁환호(67)씨는 “마을에 구전되어 오는 전설에 따르면 만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상당한 재산을 마을을 위해 기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그분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대를 이어 제사를 지내 드리자는 뜻에서 ‘만대네 제사’라고 부르다가 자연스럽게 만대 할머니 제사로 통칭되게 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놀라운 사실은 지금도 만대 할머니가 남긴 유산이 남아 있다는 점.
주민들은 “만대 할머니가 남긴 재산이 상당하다고 전해져 내려오는 만큼, 상당한 재산이 마을을 위해 쓰여졌고, 이를 감사히 여긴 주민들이 그분의 기일에 맞춰 제사를 지내온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보고 있다.
주민 박방조(74)씨는 “남아 있는 재산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 재산을 수익사업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잘 보전해서 후대에까지 만대 할머니의 숭고한 정신이 계속 이어져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꽃피우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2010년에는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아 만대할머니의 공적을 기리는 유허비를 경로당 입구에 세웠다. 오는 22일 만대 할매의 제사는 초헌관에 재산관리위원장, 아헌관은 경로회장, 종헌관은 하대1동장이 나서 진행될 예정이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