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거기 누구 없소?
[교단에서] 거기 누구 없소?
  • 경남일보
  • 승인 2015.06.22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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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 (진주동명고 교감)
‘날 기억하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오늘밤도 편안히들 주무시고 계시는지, 밤이 너무 긴 것 같은 생각에 아침을 보려 아침을 보려 하네. 나와 같이 누구 아침을 볼 사람 거기 없소? 누군가 깨었다면 내게 대답해 주~.’ 1988년 가수 한영애는 ‘누구 없소?’란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국민 모두가 들떠 있을 무렵 한 인간의 외로움과 고단함에 몸부림치는 격렬한 고독함을 그녀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했었다.

이 고독은 다른 사람들과 접촉, 관계나 연락이 없이 홀로된 상태를 일반적으로 가리키는데, 인간관계 부족이나 사랑하는 이의 부재, 신중한 고민이나 전염병과 정신질환, 조난 등이 원인이라 한다. 이 고독의 구체적 양상이 바로 외로움인데, 학교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왕따’, ‘따돌림’도 여러 사람이 한사람을 심리적·사회적으로 소외시켜 외롭게 만듦으로써 심리적 고통을 주는 행위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질적으로 고독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인 정호승은 ‘그대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 했고, 하버드대 교수인 D. 리스먼(Riesman)도 인간을 전통지향형·내부지향형·외부(타인)지향형으로 분류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사회를 관찰해 현대 대중사회에서의 인간의 사회적 성격을 외부(타인)지향형이라고 규정하면서, 그들이 고도 산업사회의 집단에서 격리되지 않기 위해 항상 타인에게 관심을 갖지만 내적으로는 심한 고립감을 느끼는 ‘고독한 군중’(The Lonely Crowd)이라 명명했었다.

근자에 창궐하던 메르스가 진정세를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분들이 음압시설 등에서 치료 받거나 자가에 격리된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일차적인 고통은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이겠지만, 준비 없이 바깥과 단절된 후 타인과의 비접촉으로 인한 외로움이 그 다음이라 한다. 그러나 문제는 한영애식의 개인적 고독은 외로울 때 같이 있을 사람(누구)을 구하면 되고, 메르스 격리치료자들은 바이러스 퇴치를 통해 메르스가 종식돼 일상으로 복귀하면 해결될 것이지만,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그것을 통제하고 해결할 사령탑(control tower)이 우리 사회엔 없다는데 있다. 그래서 한영애가 노래한지 27년이 지난 지금 나도 노래하고 싶다. ‘거기 누구 없소? 우릴 안심시켜 편안하게 해줄 이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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