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산 선호
자연산 선호
  • 경남일보
  • 승인 2015.06.2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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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허표영

횟감을 고를 때 “이게 자연산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양식장에서 거둬온 것으로 짐작되는 데도 파는 사람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사실 자연산일 경우도 있지만, 알고도 그렇게 속아주며 사가는 사람을 보면 기분이 좋다.

자연산이라는 말은 매력적이다. 심마니가 어렵게 캔 산삼은 부르는 게 값이고, 배양에 인공이 가미된 산양삼은 훨씬 가치가 떨어진다. 이처럼 자연산이 선호되는 것은 그 특유의 고품질과 희귀성 때문일 것이다. 인공산은 방부제, 항생제를 사용하는 등의 문제가 따르기도 한다.

생선이나 농산물, 보석류 등은 유독 자연산을 찾는 사람들이 자기 얼굴은 태어난 대로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미모의 연예인들 중에는 타고난 자연산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하고 있다. 인기 있는 스타뿐 아니라 성형은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대중화된 느낌이다. 성형의원의 성황이 이를 말해준다.

부모가 내려준 얼굴을 조금도 미안한 생각 없이 인공적으로 뜯어고치고 있다. 스타의 닮은 꼴 얼굴을 너도나도 요구하는 바람에 거리에는 찍어내듯 똑같은 얼굴이 횡행할 것 같다. 닮은 얼굴을 여기저기서 만난다면 황당할 것이다.

요즘은 개성과 다양함이 존중된다. 독특한 자기만의 얼굴을 가지고 세상을 살 일이다. 횟감이든 얼굴이든 인공이 가미된 것은 문제가 따르기 때문에 자연산이 좋은 건 맞는 말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나는 글을 쓸 때는 자연산을 선호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떠오른 문장은 시간이 흐르면서 상처투성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 쉴 새 없이 뜯어고친다. 항생제를 치고, 보톡스를 넣으면서 퇴고를 즐기기까지 한다. 보다 매끄럽고 부드러운 글이 되도록 시도한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손대지 않은 처음의 문장이 마음에 들 때가 많다. 자연산을 쉽게 포기하면 안 된다.

자연산 얼굴을 너나없이 뜯어고친 사람들이 거리에서 만나 식사했느냐는 말 대신 이런 인사를 유행시키는 것은 곤란하다.

“이번에는 어디에서 얼마에 고쳤어요?”

허표영 (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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