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개폼·개뿔
[이준의 역학이야기] 개폼·개뿔
  • 경남일보
  • 승인 2015.06.2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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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민들의 삶이 팍팍한 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메르스 영향까지 겹쳐지니 사람들의 심사가 영 말이 아니다. 대개의 착한 사람들은 이런 어려움을 스스로의 탓이라 자책하지만 그래도 이런 지경이 계속되니 이 짓눌러 오는 서러움을 저절로 다른 탓으로 돌린다.

성완종 사건에서 보듯 보리쌀 서 말도 없는 서민이 꼭대기까지 기어오르기 위해선 정치판에 연줄을 대지 않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이런 현실에서, 재벌 및 공적영역 중심으로 판이 돌아가고 있는 우리의 정치 경제의 제도적 여건에서 볼 때, 그 외부의 일차적인 타깃은 무엇보다도 정치권이다. 정치권이 우리의 모든 일상에 관련된 시스템을 주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에는 그 정치권의 일차적인 책임을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게 돌렸는데, 최근 들어 특이한 현상은 그것이 국회의원들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국회의원들의 안하무인격의 거침없는 언행과 그들이 현실적으로 누리고 있는 특권 때문이리라. 국민들은 소득원인 일자리 부족, 소득 격감, 빚의 증대 등으로 고통이 증가하는 반면 국회의원들의 세비와 특권을 날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 비교로 선진국 국회의원의 세비는 1인당 GDP의 약 2~3배 수준인데 반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5배가 넘어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렇다고 일을 다섯 배 정도 하느냐 하면 자리비우기와 정치싸움은 다섯 배 이상이다.

입으로는 늘 국민을 달고 살지만 실속으로는 자기 잇속 챙기기에 바쁘다. 말로는 늘 서민을 위해서라고 큰소리치지만 실제로는 자기 재산증식이 말이 아니다. TV화면에서는 항상 국민들이 보고 있다고 호통 치지만 에나로는 지 얼굴세우기 위해 고래고래 고함지른다.

경건한 모양도 없고 일처리 능력도 없다.

다만 그럴듯한 허위와 위선의 회칠한 무덤일 뿐이다.

이런 허접한 모습을 기성세대들은 ‘개폼’이라 허탈해하고, 젊은 층에서는 ‘개뿔’이라 비꼰다.

주역(周易)의 건괘 상구(上九)에 항룡유회(亢龍有悔)가 있다. 시스템의 극단에 올라 더 이상 어찌할 바 없이 시스템의 단물만 쪽쪽 빨아먹으며 더 나은 특권을 탐하며 앞으로 나아가기만 할 뿐 물러서거나 새로운 세상을 위하여 혁신할 줄 모르는 낡고 케케묵은 행태를 비판하는 말이다.

이를 뒤집는 혁신적 대안으로, 일부(一夫) 김항(金恒)은 60세 되는 을유년(1885년) 음력 유월(癸未)에 정역(正易)을 내 놓았다. 즉 하늘과 땅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이후의 세상은 땅(서민)이 하늘(권력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땅을 섬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물론 주역(周易)과 연관이 있기보다 오히려 음양오행을 기본으로 하는 음양가(陰陽家) 내지 도가(道家)의 유물내지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정역 8괘도(八卦圖)에서 이것은 더욱 명백해진다.

복희 팔괘도가 하늘을 위에 땅을 아래에 두어 상하 중심축을 이루게 하고, 에너지와 생명의 원(源)으로서 병화(丙火, 離, 태양)와 임수(壬水, 坎, 물)는 좌우 횡축에 두는 자연관중심의 팔괘도라면, 문왕 팔괘도는 힘과 에너지를 상하중심축으로 두고 하늘과 땅을 서쪽으로 밀어 서쪽의 결실을 위한 성장과 투쟁의 팔괘도이다. 반면 일부는 땅을 위에 두면서 부드러운 봄바람(巽風)과 강력한 힘(離火)을 땅 곁에서 작동하게 만들었고, 하늘은 아래에 두면서 고뇌에 찬 결단(坎水)과 힘차게 소리 내며 추진하는 개혁의 시동(震雷)을 그 곁에 두는 서민(己土) 중심의 팔괘도를 제시했다. 이것이 서민(己土, 十無極)을 위한 세상이 되어야 한다는 도식(圖式)이다. 즉 서민을 겁박(劫迫)하는 위선적 권위, 형식적 경건함은 당연히 혁파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것이 하늘이 땅을 섬기는 모습이다.

이런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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