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와 네트
마리 앙투와 네트
  • 경남일보
  • 승인 2015.07.0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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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1793년10월16일, 38세의 나이로 기요틴이라는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투와 네트는 절대군주를 타도하기 위한 분노의 표적이자 가공된 악이었던가. 아니면 유럽의 양대 왕가인 부르봉과 합스부르크공국의 정략결혼의 희생양인가.

▶단두대에 처형될 당시 그녀에게는 시민들의 배고픔을 모르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여라”고 했을 만큼 세상을 모르는 왕비, 혼외정사, 동성애를 즐겼으며 심지어는 아들과의 근친상간을 한 음탕한 여자,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편취한 파렴치한 범죄자라는 악의 덩어리로 회자됐다.

▶그러나 실제 그녀는 느리고 어눌하며 집중력이 모자라지만 긍정적이며 친절한 여인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빵 대신 케이크라는 말도 루이 15세의 부인 마리 테레즈가 한 말이고, 프랑스 왕족 중 유일하게 소작농의 밭으로 마차를 몰지 않은 여린 여인이었다는 것이 다. 다만 외로움 못이겨 파티를 즐기고 의상과 보석에 집착한 것이 흠으로 드러난다. 후세의 사람들은 프랑스 혁명을 성공시키는 과정에서 절대군주를 무너트리기 위해 양산된 악성 루머의 가공된 악이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이 대통령을 마리 앙투와 네트에 견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우리의 대통령은 악의 표상도 아니고 역사가 평가하는 그런 심약한 사람도 아니다. 빵 대신 케이크를 먹여라고 할 만큼 민심을 모르는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한참 잘못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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