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육아휴직남, 1년 새 52% 증가
도내 육아휴직남, 1년 새 52% 증가
  • 김귀현
  • 승인 2015.06.30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자가 무슨" 인식 탓 전제 육아휴직 중 3.4% 불과
“아빠가 집에 있어 너무 좋다는 말을 들었을 땐 눈물이 날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 아빠 몫이 그만큼 중요하구나 깨달았죠.”

지리산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근무하는 서영은(34)씨는 올해 3월 초 세 아이를 돌보기 위해 1년간 육아휴직계를 냈다. 두 아이를 돌보면서 셋째 출산 준비를 하는 아내를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먼 직장 탓에 육아에 소홀했던 서씨의 생활은 휴직 이후 가정에만 집중됐다. 아이들은 엄마가 눈에서만 떨어져도 울음을 터뜨렸다. 당연히 홀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집안일과 육아를 병행해가며 아빠 자리를 채우려 애를 썼다. 아침마다 첫째 아이를 데려다주는 그를 보고 오해하는 이웃들도 많았다. 서 씨는 “처음에는 아이가 울면 배가 고픈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건지 몰라 허둥지둥댔다”면서 “이젠 아이가 뭘 찾는지 단번에 안다. 덕분에 아이들이 아빠 껌딱지가 됐다”며 웃었다.

이처럼 육아휴직계를 내고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늘고 있다. 고용노동부 육아휴직급여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2013년 도내 69명이었던 남성 육아휴직자는 지난해 105명으로 52% 가량 증가했다.

이는 부부 공동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힘입은 결과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이 자리잡기엔 갈 길이 멀다.

지난해 경남 내 남성 육아휴직 수치가 크게 증가한 지역은 진주와 김해로 각 10명, 13명을 기록했다. 이처럼 실제로 육아휴직제를 사용하는 남성 근로자는 아직 흔치 않은 상황이다. 또한 도내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의 비율은 3.4%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남성 육아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육아휴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소득 감소(41.9%)였다. 승진 등 직장 내 경쟁력 저하(19.4%), 동료의 업무 부담(13.4%)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고용노동센터의 육아휴직급여 외에는 별도 지원이 없는데다 이 역시 한 달 100만원 한도로 통상임금의 40% 까지만(첫 달 제외) 지급한다. 특히 외벌이 가정일 경우 휴직을 망설일 수 밖에 없다.

또한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냐’는 편견과 직장 내 분위기에 대한 부담도 크다. 여성의 출산휴가 또는 육아휴직에 비해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기 때문이다. 휴직 3개월 차인 서 씨는 “내 몫의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했고, 복귀 후 인사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아빠도 당연히 육아휴직을 낼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남성 육아휴직자도 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1일부터는 아빠의 일·가정 양립 기반 마련을 위한 법안이 시행된다. 개정시행되는 ‘양성평등기본법’은 모성보호 뿐만 아니라 부성보호도 함께 명시해 성별 고정관념으로 인한 불이익 해소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진주고용센터 윤해순 소장은 “육아휴직제도는 성별 구분없이 적용됐으나 이번 법안 개정은 상징적 의미가 될 것”이라며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데 힘을 기울이는 한편 도내 증가세인 남성 육아휴직이 더욱 활성화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귀현기자 k2@gnnews.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