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그리스 사태
[이준의 역학이야기] 그리스 사태
  • 경남일보
  • 승인 2015.07.09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뇨에 좋다하여 돼지감자를 심었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온통 뚱딴지 밭으로 변해버렸다. 감자대가 해바라기 대처럼 무성히 솟아 온 밭을 뒤덮기에 이를 정리하기 위하여 쑥 뽑아 보니 땅속 밑 감자알은 흐물흐물 영 말이 아니다. 영양분을 모두 생장점(生長點)으로 올려보냈기 때문이다. 대 뿌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도 겨울철의 단단한 맛이 하나도 없다. 오뉴월 성장·분화의 시운을 맞아 태양을 향하는 생장점만 승승장구한다. 오로지 생장점으로만 그 개체의 모든 자원들이 쏠려버리니 나머지 부분들은 당연히 흐물흐물 빈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자연의 이치는 국가나 지역의 성장발전현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프랑스 경제학자 페로우는 성장극(growth pole)이론을 내세웠고, 이와 궤를 같이하면서 뮈르달의 역류효과나 확산효과, 허쉬만의 극화효과와 적하효과 등의 여러 발전이론들도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런 견해를 따르는 학자들은 그 대표적 예로 한국의 발전사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비록 국가전체의 총량적 성장은 달성하였다하더라도 국가 내부사정은 매우 불편하다. 국토의 균형발전은 이미 요원한 꿈같은 일이 되었고, 서울은 여전이 지방의 인적 물적 자원을 착취하여 지배도시로서의 위상을 굳히고 있으며, 한국의 재벌은 서민들로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하는 탄탄한 지배계급으로 위상을 구축하여 국가의 권력위에 군림하고 있다. 균형발전, 확산효과와 적하효과는 지금으로서는 꿈결 같은 헛소리이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역에 거점을 둔 재벌그룹이 거둔 돈은 그 지역에 머물며 그 지역주민들의 삶에 보탬이 되게 도는 것이 아니라 입금 즉시 서울로 쏠려버린다.

이십여 년 전 필자는 EU 출범 시 기술과 자본력이 탁월한 독일만 더욱 좋아지고 나머지 국가들은 독일 성장을 위한 밑거름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말대로 독일의 생산물들은 그리스 상점들을 장악하였고, 그리스의 공장들은 문을 닫았으며, 일자리는 없어졌다. 포르투칼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나머지 EU국가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물론 그리스도 이런 예측된 위기에 대비치 못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EU통합으로 상승된 생산성 없는 부동산 가격에 기댄 껍데기 거품 경제, 포퓔리슴에 편승한 선심정책, 낮은 조세와 과도한 복지, 생산인원 대비 공공기관 및 공무원 수의 불균형적 증가, 부정부패, 권력자 및 부자들의 자산 해외 빼돌리기 등 건강한 국민정신이 망실된 점을 간과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지역의 통일과 통합, 계량수단의 표준화, 제도의 단일화는 상당한 편의성과 동시에 성장을 가져오지만 쏠림 현상의 부작용도 반드시 생긴다. 예컨대 진시황은 정보망 구축, 도량 표준화 등으로써 강력한 중압집권체제를 구축하였고, 로마제국은 도로와 계량수단 통일을 바탕으로 시장원리를 장악하여 유럽을 지배할 수 있었으며, 퇴출되거나 도망 나온 농도들이 상인세력화하여 요구한 도로와 상거래제도의 통일을 기반으로 프랑스 루이 14세는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강력한 중앙집권화를 이룰 수 있었다. 오늘날 미국은 통일된 화폐, 언어, 정보망, 정부제도, 시장질서, 군사력을 통하여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농노 없는 봉건영주는 생산수단이 없어 다른 영주에게 잡아먹힐 수밖에 없듯이 그리스 빠진 EU와 독일은 그 먹잇감 되는 경제기반하나가 상실되는 것이기에 그리스 문제는 적당한 선에서 타협되리라 본다.

특정 오행 한 곳으로 쏠린 명조 역시 마찬가지다. 대개 기질이 강하고 천재인 경우가 많다. 우수대학, 고위공직, 각종의원, 부자인 경우가 많다. 대개 이기적이고, 포용력이 없고, 배려심이 약하다. 물론 역발산(逆發散)으로 지극히 이타적인 사람도 간혹 있기는 하다.

때론 시운에 따라 한쪽으로 쏠리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늘 전체의 조화와 균형을 지향하여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