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중학교 2학년 때 70㎏까지 나갔어요. 비만이었죠. 근데 그때 무슨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는지 배우가 돼야겠다고 결심했어요.(웃음)”
11년 전 비만이었던 소녀는 대전 집을 떠나 아버지의 지인이 대표로 있는 서울의 연예기획사를 찾아갔다. 기획사 대표는 웃으면서 한 달 안에 10㎏을 빼고 다시 오라고 했다.
소녀는 12㎏을 뺐다. 소녀가 실제로 살을 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대표는 놀랐고 다시 더 빼라고 주문했다. 소녀는 다시 감량을 했고 대표는 더 빼라고 했다.
“그렇게 서너 번 서울을 오가며 검사를 맡으면서 두 달여 만에 20㎏을 뺐어요. 배우가 될 생각을 하니 열정이 절로 나오더라고요.(웃음) 결국 고등학교 1학년 때 상경해 기획사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걸그룹 레인보우의 정윤혜(25) 얘기다. 2009년 데뷔했으니 벌써 가수로 활동한 지 6년. 최근 그를 광화문에서 만났다.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 기획사에 들어가니 노래를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춤 연습을 시켰고요. 그로부터 3년 뒤 레인보우로 데뷔했어요. 저 사실 노래, 춤 잘 못해요. 계속 연습하니까 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지만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그는 가수 활동 4년 만인 2013년에 드라마 ‘맏이’를 통해 드디어 꿈에 그리던 연기를 하게 됐다. 그리고 지난달 15일 시작한 MBC TV 저녁 일일극 ‘위대한 조강지처’로 두 번째 배역을 맡았다.
“너무 행복하죠. 레인보우로 활동한 덕분에 이렇게 연기도 할 수 있게 된 거잖아요. 무대에 서는 게 아직도 어렵고, 레인보우에서도 제가 눈에 띄는 멤버가 아니어서 고민이 많았어요. 또 레인보우가 활동을 쉬는 기간이 많아 그때마다 힘들었지만 이렇게 버티니 기회가 오네요.”
정윤혜는 ‘위대한 조강지처’에서 한기철(이종원 분)과 조경순(김지영)의 딸 한공주 역을 맡고 있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졸부 집안의 고명딸로 철부지 ‘된장녀’다. 대학도 부모 돈의 힘으로 입학했지만 그 사실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그는 돈을 펑펑 쓰는 수다스럽고 오지랖 넓은 20대다.
“레인보우가 7명이라 3분 공연을 해봤자 전 TV 화면에 몇초 등장하지 않아요. 엄마도 휙 지나가는 화면에서 절 못 찾을 때가 많았고요. 그런데 연기를 하니까, 또 일일극을 하니까 매일 화면에 나와서 부모님이 너무 좋아하세요.(웃음) 엄마가 너무 기분이 좋아서 일부러 집에서 안 보시고 사람들 많은 데 나가서 저희 드라마를 보세요. 배우가 되는 걸 반대하셨던 아빠도 제가 나오는 장면을 찍어서 휴대폰으로 전송해주세요.”
한공주는 현재 우연히 만나 첫눈에 반한 민규(최원명)를 졸졸 쫓아다니는 중이다.
“지금은 마냥 철부지 같지만 곧 의리 있고 강단 있는 한공주의 모습을 보여드릴 겁니다. 드라마가 이제 시작해서 12월까지 방송되니까 기대해주세요.”
아이돌그룹은 10~20대 멤버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수명이 길지 않다. 또 멤버들 간 성장 속도와 인기가 달라 불화와 균열도 종종 생긴다.
정윤혜는 “레인보우 멤버들은 사이가 정말 좋다”고 잘라 말했다.
“올 초까지 숙소 생활을 같이하고 최근 각자 집으로 들어갔지만 저희는 지난 6년 멤버 변화도 없었고 불화도 없었어요. 서로 정말 끈끈하고 힘이 됩니다. 저흰 여행도 같이 다녀요. 또 멤버들이 제가 연기하는 것도 다들 응원해주고 모니터링해주고 있어요. 어려서 데뷔한 탓에 학교 친구들이 없는데 저희 멤버들이 제게는 정말 소중한 친구들이에요. 제겐 엄청난 행운이죠. 구두 신고 춤을 출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레인보우로 함께 활동하고 싶어요.”
정윤혜는 “레인보우 멤버로서는 제가 눈에 잘 띄지 않아 고민했지만 배우로서는 그게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돌 이미지가 연기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고, 반대로 드라마에서 저를 먼저 보시고 뒤늦게 제가 레인보우라는 것을 아시는 분들이 생기니까 그것도 좋아요. 제가 연기를 잘해서 저 때문에 레인보우 팬층이 넓어진다면 정말 좋겠어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