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총장 직선제는 민주화의 바람을 타고 지난 1988년 도입됐다. 하지만 교육부는 지난 몇 년 간 재정지원과 정원조정을 조건 삼아 이를 폐지할 것을 유도해 왔다. 이에 경상대도 학생과 직원, 교원이 함께 선출한 2011년 제9대 총장선거를 마지막으로 이듬해 직선제를 폐지했다.
간선제로 전환한 이후 전국 국립대 총장선거 결과는 말 그대로 ‘참담’한 국면에 처했고, 오는 12월 15일 예정된 경상대 제10대 총장 선거 역시 5개월을 앞둔 지금까지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한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총장임용 후보자를 선정하는 ‘총장후보공모위원회’의 위원은 교수회장이 추천하고 총장이 임명해 총장 임기 만료일 6개월 전까지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5월 교수회의 공모위원 임명요청을 대학본부가 반려했다. 총장은 담화문을 통해 ‘직선제적 요소’를 포함한 교수회의 ‘총장임용 후보자 선정에 관한 시행세칙’을 근거로 추천하는 공모위원은 임명할 수 없음을 밝혔다. 그간 교육부가 ‘선호도 조사’ 등 직선제적 요소를 가진 후보자 선정과정을 삭제할 것과 이를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연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현재 경상대에는 간선제로 전환할 당시 본부에서 개정한 시행세칙과 교수회가 만든 시행세칙이 공존한다. 교수회는 본부가 개정한 시행세칙은 단지 ‘교육부 보고용’에 지나지 않으며, 총장 선출은 교수회가 만든 시행세칙에 따라서 진행하기로 약속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 함께 총장이 판단하는 것처럼 교수회의 시행세칙에 따라 후보자를 선정하고 추천할 경우 정말 교육부가 총장을 임명하지 않을 것인지 질의해 답변을 받자는 제안도 내놨다. 그리고 지난달 10일 교수회는 대학본부에 다시 공모위원 임명요청을 했지만 역시 무산됐다.
‘총장선거의 정치화’와 ‘교수사회 파벌 형성’ 억제를 목적으로 한다며 직선제를 폐지한 교육부의 바람처럼 총장선거로 인한 대학사회의 갈등이 없어졌을까. 대학의 존폐가 달린 조건을 제시한 채 뒤따르는 갈등은 도외시하는 것이 과연 대학의 ‘자율성’ 존중이라 할 수 있을까. 상생해야 할 대학과 교수들을 이원화시켜 ‘새장 속 싸움’이 벌어지도록 부추긴 교육부는 적어도 총장 직선제 폐지를 요구한 만큼 명확한 대답을 내놓아야 한다.
이지훈 (경상대학교 신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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