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老後) 타인에게 어떤 얼굴로 읽혀질까?
노후(老後) 타인에게 어떤 얼굴로 읽혀질까?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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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황숙자
어느 날 대중목욕탕에서 온욕을 하다가 문득 눈길을 끄는 할머니가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도 온아하고 인자함이 얼굴 가득 드러나 있어 ‘저 할머니 참으로 기품 있게 늙으셨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주위 다른 분들의 얼굴도 살펴보게 되었다.

불만을 가득 품은 듯한 얼굴, 욕심이 많아 보이는 얼굴, 피부는 곱고 주름이 별로 없지만 왠지 차갑게 보이는 얼굴 등 미모의 차이를 떠나 눈에 들어오는 할머니들의 얼굴은 다르게 보여졌다.

인상학을 배운 적도 없고 관심도 없지만 ‘나이를 먹으면 성격이 얼굴에 보이고,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듯, 70 넘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자연스럽게 풍기는 각각의 이미지가 있었다.

우스갯소리로 여자 나이 50이면 미모의 평준화(젊어 이쁘고, 못생겼고 별 차이 없어짐)가 이뤄진다지만, 주위에는 몸 관리를 하고 성형이나 화장 등으로 외모를 가꾸기에 따라 10살 전후로 나이차가 있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살아온 삶의 흔적은 감출 수가 없다. 언행이나 생각에 따라 사람의 모습이 변하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특정종교에 심취했다가 중도 포기한 적이 있는데, 함께 공부하던 사람의 얼굴이 신앙이 깊어질수록 성스러운 모습으로 변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당시 사람이 내적으로 수양하면 얼굴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기억이 있다.

얼굴은 얼(생각)의 굴(모양)이라고 한다. 많이 배우고 적게 배우고의 그런 의미가 아니다. 목욕탕에서 특별히 좋은 인상으로 내 눈을 끌게 한 할머니도 학식이 풍부해서 그런 얼굴을 만들어낸 것은 아닐 것이다. ‘심보가 고와야 건강하고, 몸에 배어온 습관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는다’고 한다, 평소 남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후덕한 마음을 지니고 살아가면 삶의 흔적이 얼굴에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더할수록 외모관리보다 마음관리가 필요하다.

내 나이 70이 지나서 그 누군가 목욕탕에서 나를 훔쳐 보며 ‘참 욕심 안 부리고 편안하게 늙은 얼굴이구나’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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