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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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쫓고 고혈압을 이기는 메밀
 
메밀 이야기를 하려니, 문득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장사를 망쳐 속이상한 허 생원이 다음 장터로 떠날 때 달빛 아래 펼쳐지는 메밀꽃! 그 정경에 동화된 허 생원의 모습! 이 소설 덕분에 메밀의 본 고장인 봉평에는 메밀꽃이 필 무렵에는 관광객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메밀의 원산지는 동아시아 북부이고, 우리나라에는 5~6세기경 중국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밀의 식물학적 특성은 척박한 땅이나 한랭지에서 잘 자라고 파종 후 50~70일이면 수확할 수 있어 예부터 구황식품으로 이용되어 왔다.

『본초서(本草書)』에 의하면 메밀은 기미(氣味)가 달고 미한(微寒)한데 독은 없으며 기(氣)를 내리고 장·위의 적체(積滯)를 내려준다. 수종(水腫), 백탁(白濁), 설이(泄痢), 복통 등을 다스리고 습열(濕熱)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 그리고 메밀은 오장의 잔재, 부패물을 내보내고 위장의 적체를 삭여 내림으로써 변비를 없앤다고 기록되어 있다. 메밀은 성질이 차기 때문에 무더운 여름철에 먹으면 몸속에 쌓여있던 열기가 빠져나가면서 몸이 가벼워져 활기를 찾게 된다. 예로부터 하절기에 메밀 묵, 국수, 냉면 등을 즐겨 먹어온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메밀에는 단백질이 12.1%로 백미 6.8%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우수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쌀의 제 1 제한 아미노산인 리신이 520mg%로써 쌀보다 2.1배나 많고, 필수아미노산 8종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밀 중에는 지방이 2.9-3.2% 함유되어 있는데, 이 중 사람의 정상적인 발육과 유지에 필수적이고 체내에서 합성할 수 없는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 리놀렌산 및 아라키돈산이 모두 함유되어 있어 다른 곡류에 비해 지방산 조성이 우수한 편이다. 최근 들어 인체 내에서 무기질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왜냐하면, 무기질은 인체 내에서 생명 현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체 내 칼슘의 필요량은 체중 1kg당 평균 15g인바, 60kg의 체중인 사람에게는 약 900g의 칼슘이 필요하며, 이 중 약 99%는 골격 구성에 필요하고 나머지 1%는 혈액 응고 등의 생리 작용에 이용된다. 그러므로 이 함량에 근접하지 못하면 대사에 장애가 올 수도 있다. 메밀의 알곡 100g 중에는 칼슘 42mg, 인 330mg, 철 3.1mg, 칼륨 470mg, 나트륨 2mg 등으로 다른 곡류에 비하여 함량도 많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외 체내에서 글루타치온(glutachione)의 대사와 관련하여 항산화 작용을 하는 기능성 무기질인 셀레늄이 2~3ppm 함유되어 있다.

메밀 중에 함유돼 있는 비타민의 조성도 꽤 좋은 편이다. 메밀 100g 중 비타민 B1은 0.32mg, 비타민 B2는 0.12mg, 니아신은 4.1mg으로 백미에 비해 1.7-2.9배나 많다. 과거 비타민 P라 불렀던 루틴(rutin)은 식물체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플라보노이드(flavonoid)계의 일종인데, 메밀 알곡 중에는 16.1-22.2mg%, 메밀꽃이나 잎, 줄기에는 28.0-41.0mg% 함유되어 있다. 요즈음 메밀이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루틴이라는 성분의 공로 덕분이다. 메밀 국숫집에 가면 ‘혈압을 낮춰주는 루틴’이라는 글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과연 메밀 중에 함유된 루틴은 혈압을 내려주는 역할을 할까? 한마디로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루틴의 약리작용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으나 그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의하면 루틴은 혈압 강하 작용이 있다는 학설과 혈압을 내리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모세혈관을 강화시켜 뇌출혈, 폐출혈 및 망막출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학설로 대별되는데, 어쨌든 간에 혈압과 관련된 질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메밀의 알곡 중에는 섬유질이 6.0-9.0%로 통밀(2.5%), 통보리(2.9%), 백미(0.4%) 등에 비해 엄청나게 많다. 이로 인해 메밀은 통면이 잘 되어 대장암이나 고혈압에 좋고, 비만과 피부미용에도 도움이 된다. 흰쥐를 이용한 실험에 의하면 혈액 중의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춰주고, 간장 콜레스테롤의 대사를 원활하게 하며, 혈압을 강화시키고 혈액 내 포도당의 농도를 저하시키는 작용이 있어 메밀은 당뇨병 환자나 동맥경화성 질환인 심근경색 또는 뇌경색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기능은 주로 루틴과 섬유소 등에 의한다는 보고가 있다. 메밀은 이처럼 다양한 약리작용이 있으나 소화기가 약하고 속이 찬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한의학적으로는 태양인에게 가장 적합한 식품이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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