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배려가 있는 아름다운 사회
세심한 배려가 있는 아름다운 사회
  • 경남일보
  • 승인 2015.07.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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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황숙자
보통 외식을 하게 되면 “뭘 먹지? 뭐 맛있는 거 없을까?” 하고 음식종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지만 몸이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는 직원과 함께 근무하는 우리 팀원들은 “어디를 갈까?” 하고 출입이 가능한 식당을 정하는 고민부터 하게 된다. 사무실이 위치한 구 도심 특성상 오래된 건물을 임대해서 장사를 하기 때문에 턱이 있고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를 타고 편하게 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주위엔 거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배달시키거나 이동식 경사로를 들고 가서 이용하거나, 아니면 도시락을 주문해서 공원으로 가서 먹는다. 요즘은 신축하는 공중이용시설에 대해 설계부터 건축까지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검토하고 준공하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이용이 조금은 용이하다

얼마 전의 일이다. 식당이 2층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새로 지은 건물이라 엘리베이터도 있고, 입식이라 휠체어를 이용하는데 전혀 불편이 없는 곳이라고 편안한 마음으로 회식하러 갔다. 그런데 화장실에 휠체어를 이용할 수 없도록 내부구조가 변경돼 있었다. 준공 당시에는 분명히 장애인 편의시설 적합으로 승인한 사항이라 식당주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구조를 변경하면서 비장애인이 이용하기 편하도록 리모델링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장님은 화장실 편하게 가시죠? 여기 직원 보세요. 급할 때 어떻게 해야 되나요? 미안하지도 않나요?” 큰소리를 냈고, 주인은 “그런 생각을 못하고 우리 편리대로 개조해서 미안하게 됐다”고 했지만 회식은 씁쓸하게 끝낼 수밖에 없었다.

열다섯 가지 장애유형이 있지만 지체장애의 경우는 편의시설만 제대로 갖춰 놓으면 비장애인들과 어울려 어려움 없이 생활할 수 있다. 장애원인의 90%가 후천성 장애로 발생한다. 교통사고, 산재나 질병 등으로 장애를 입기 때문이다. 시간과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을 설치해 놓으면 유모차, 실버카, 임산부, 환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이용하기도 수월하다.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혜택을 보도록 하는 것이 사회정의고, 선진국민의 척도는 사회적 약자를 위해 얼마나 배려하느냐에 있다. 장애인 주차구역을 비워 두고,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턱을 낮추고, 경사로를 설치하고, 장애인 화장실이 제대로 설치된 세심한 배려가 있는 아름다운 사회를 기대해 본다.
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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