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해상경계' 판결에 어장 잃은 어민 분통
[르포] 경남어민 해상시위 동행 취재
“선장님 경남일보에서 왔는데 타도 되겠습니까.”, “몇 명입니꺼. 얼른 타이소.” 사천에서 온 한 어민의 화통함에 가까스로 해상시위 동행이 이뤄졌다.
22일 오후 12시 30분. 경남연근해조업구역대책위원회 집행부의 지시를 받으며 700여대의 어선이 미조항을 하나 둘 빠져 나갔다. 이날 사천, 남해 어민들은 조업을 중단하고 문제의 해상경계 지역까지 시위에 나섰다. 일부 고성, 통영 어선도 합류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선들은 6노트(시속 약 11km) 속도로 남서방향 해역을 향했다. 너울성 파도에 작은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어민들의 분노는 바다를 향했다.
취재진을 태운 선장 김모씨는 무전기를 통해 나오는 어민들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내 남해 상주의 아래에 있는 소치도 옆을 지났다. 이어 일반지도에는 표시에도 없는 등대섬이 나온다. 인근 해역은 유조선 등 상선 정박구역이지만 이날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모두 대피한 상태다.
미조항 출발부터 착잡한 표정을 짓던 김 선장이 입을 열었다.
“기자양반, 해상경계가 그어지면 이젠 저쪽에서 경남배는 조업을 못합니더.” 김선장은 경남어선과 전남어선이 함께 공동해역으로 어업활동을 하고 있는 이곳을 ‘황금어장’으로 불렀다. “꽃게, 갯장어, 멸치, 병어… 말도 못합니더. 여기가 워낙 고기가 많다보니 사천, 남해배는 물론이고 고성, 통영에서도 옵니더.” 김선장은 이곳 어장을 빼앗기면 경남지역 어선은 자존심은 물론 삶터가 송두리채 흔들리는 일이라고까지 했다.
김선장과 대화가 오가는 도중 문제의 해역에 다달았다. 그가 손을 쭉뻗어 해상경계선을 가리켰다.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어민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조업하는 것도 아닌데 못가게 하면 어떡합니까.” “저쪽(대법원이 판결한 해상경계)너머 까지 갑시다.” 무전기 너머로 어민들의 분통이 터져 나왔다. 해상시위 구역을 놓고 안전유지를 위해 나와있는 해경과도 신경전이 오갔다.
일부 어민은 “여수항 앞에 배를 정박해 제대로 보여주자”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책위 집행부는 “너무 감정적으로 해결하면 안된다”며 이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현재 공동어업구역인 이곳은 대법원의 판결대로 해상경계선이 그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대로 경남과 전남의 해상경계가 생기면 경남지역 어선은 전남해역에서 조업을 할 수 없게 된다. 해상경계는 현재 조업이 가능한 공동해역으로부터 경남쪽으로 무려 3마일(약 5.4㎞)이나 밀려나게 된다. 김선장은 “해상 3마일이면 그야말로 다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한탄했다.
이날 충돌을 의식했는지 전남지역 어선은 공동해역에서 찾아 볼 수가 없었다. 700여대에 달하는 경남 어선은 논란이 일고 있는 해상경계지역을 돌아 다시 미조항으로 향했다.
경남 어선은 2시간에 걸친 해상시위를 마치고 뱃머리를 돌렸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진성·오태인기자
“선장님 경남일보에서 왔는데 타도 되겠습니까.”, “몇 명입니꺼. 얼른 타이소.” 사천에서 온 한 어민의 화통함에 가까스로 해상시위 동행이 이뤄졌다.
22일 오후 12시 30분. 경남연근해조업구역대책위원회 집행부의 지시를 받으며 700여대의 어선이 미조항을 하나 둘 빠져 나갔다. 이날 사천, 남해 어민들은 조업을 중단하고 문제의 해상경계 지역까지 시위에 나섰다. 일부 고성, 통영 어선도 합류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어선들은 6노트(시속 약 11km) 속도로 남서방향 해역을 향했다. 너울성 파도에 작은비까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어민들의 분노는 바다를 향했다.
취재진을 태운 선장 김모씨는 무전기를 통해 나오는 어민들의 대화에 귀를 쫑긋 세웠다. 이내 남해 상주의 아래에 있는 소치도 옆을 지났다. 이어 일반지도에는 표시에도 없는 등대섬이 나온다. 인근 해역은 유조선 등 상선 정박구역이지만 이날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모두 대피한 상태다.
미조항 출발부터 착잡한 표정을 짓던 김 선장이 입을 열었다.
“기자양반, 해상경계가 그어지면 이젠 저쪽에서 경남배는 조업을 못합니더.” 김선장은 경남어선과 전남어선이 함께 공동해역으로 어업활동을 하고 있는 이곳을 ‘황금어장’으로 불렀다. “꽃게, 갯장어, 멸치, 병어… 말도 못합니더. 여기가 워낙 고기가 많다보니 사천, 남해배는 물론이고 고성, 통영에서도 옵니더.” 김선장은 이곳 어장을 빼앗기면 경남지역 어선은 자존심은 물론 삶터가 송두리채 흔들리는 일이라고까지 했다.
김선장과 대화가 오가는 도중 문제의 해역에 다달았다. 그가 손을 쭉뻗어 해상경계선을 가리켰다.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오는 어민들의 목소리도 커졌다. “조업하는 것도 아닌데 못가게 하면 어떡합니까.” “저쪽(대법원이 판결한 해상경계)너머 까지 갑시다.” 무전기 너머로 어민들의 분통이 터져 나왔다. 해상시위 구역을 놓고 안전유지를 위해 나와있는 해경과도 신경전이 오갔다.
일부 어민은 “여수항 앞에 배를 정박해 제대로 보여주자”며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책위 집행부는 “너무 감정적으로 해결하면 안된다”며 이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현재 공동어업구역인 이곳은 대법원의 판결대로 해상경계선이 그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이대로 경남과 전남의 해상경계가 생기면 경남지역 어선은 전남해역에서 조업을 할 수 없게 된다. 해상경계는 현재 조업이 가능한 공동해역으로부터 경남쪽으로 무려 3마일(약 5.4㎞)이나 밀려나게 된다. 김선장은 “해상 3마일이면 그야말로 다 내놓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한탄했다.
이날 충돌을 의식했는지 전남지역 어선은 공동해역에서 찾아 볼 수가 없었다. 700여대에 달하는 경남 어선은 논란이 일고 있는 해상경계지역을 돌아 다시 미조항으로 향했다.
경남 어선은 2시간에 걸친 해상시위를 마치고 뱃머리를 돌렸지만 성난 민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진성·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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