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무덕(無德)
[이준의 역학이야기] 무덕(無德)
  • 경남일보
  • 승인 2015.07.23 13: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고 내 팔자야!”, “팔자 좀 고칠 수 없나?”, “어디 하늘에서 돈 벼락이도 뚝 떨어 졌으면 좋겠네.” 등등 주변 사람들이 입버릇으로 하는 소리들이다. 참으로 애타는 푸념들이다. 내게 전지전능한 능력만 있다면, 하지만 내 목구멍도 포도청이라 현실적으로 이들을 돌볼 겨를이 없다. 다만 그래도 인생길 고달파 물어 오는 이들과 함께 명조를 풀면서 이야기하고, 고요히 명상을 하며, 마음 위로라도 받으십사 간혹 부적이나 부적 대용의 액세서리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이런 것들이 돌고 도는 무량한 우주의 운행에 기별이나 갈까나 마는, 사람의 마음이 약하고 흔들리는 지라, 혹 지성이면 감천이 될까도 싶어, 이런 몸짓도 하여 본다.

세상이치는 참으로 단순 명료하지만 실제로 거머쥐기는 참으로 어렵다.

물은 물꼬를 따라 흐르며 막힌 곳에 고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거늘 이것을 조절하기가 어렵다.

민심과 자본과 권력은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고, 이질적인 것과는 상극한다. 마음은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이고, 돈은 돈줄 따라 흐르며, 권세는 세력을 규합하는 기운이 강한 쪽으로 쏠린다. 그리하여 인기 있는 자는 더욱 인기몰이를 하게 되며, 서러운 사람은 더욱 섧다. 돈이 돈을 번다고 돈은 돈이 있는 자에게로 쏠리며, 권세는 사람들의 고정관념과 편견을 기발하게 프레임화하여 자기에게로 물꼬를 트는 자에게로 돌아간다. 이를 천운이라고도 하나 그 본질 또한 어떤 측면에선 원숭이를 희롱하는 조삼모사의 간교한 술책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배를 뒤집어 버리는 민심이란 바다도 일정하지 못하여 때로는 어이없을 만큼 허탈하다. 특히 정치권력에선 더욱 그러하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실 된 학문탐구보다는 출세하고 돈 벌기 위한 연줄을 만들고 물꼬를 트기 위하여 명문대학입학에 혈안이 되어 있고, 또 그것이 먹혀든다. 정치 권력자와 고위공직자는 멋들어진 사명감의 포장 속에서 사리사욕과 권력욕을 즐긴다.

이런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팔자 좋은 이들은 인생 과정에 좋은 선생님, 힘 있는 선배, 귀인인 상관을 만나 평탄하게 행운의 지위에 오르나, 운 없는 이들은 술 취하여 헛소리 지껄이는 선생, 이용해먹고 해꼬지 하는 선배, 사사건건 앞길을 가로 막는 상사를 만난 죽을 고생을 하다가 돈도 틀리고 결국 내 팽개침을 당한다. 그의 인품 능력 성실성 보다 덕을 입지 못하는 무덕한 팔자 탓이 더 크다.

반면 자기에겐 아주 유덕하나 다른 이들에겐 무덕한 팔자도 있다. 이른바 이기적인 팔자이다.

신사년, 경자월, 신축일, 신묘시이다.

보시는 바와 같이 날카롭고 포용력이 전혀 없다. 겉으론 바보처럼 보이나 속으론 굉장히 교활하다. 자월 신금은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켜준다. 겨울(子) 신금은 적천수의 낙수지영(樂水之盈)으로 신금에겐 참으로 좋은 터전이다. 어떤 조직체건 어떤 상황이건 좌절하지 않고 줄기차게 뚫고(辛) 들어가 자기 입지를 굳힌다.

연월일시 도처에 온통 신금 자기 사람들이다. 언제 어딜 가나 사람들이 곁에서 득실거린다.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사람 귀한 줄 모른다. 신축으로 의리를 배반치 않으나, 무수한 신금으로 쌀쌀맞고 매정하기는 이를 데 없다. 본인에게는 좋으나 주변인들에게는 무덕하다.

경금으로부터 충분한 힘을 받으니 아버지나 형님 등으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는다. 축기토 정인, 자축합 무토 편인(다른 파에서는 정인으로 본다.), 자사 명예와 존재감, 묘의 재력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참 잘 늘어진 좋은 팔자이다.

하지만 그가 행한 사대강 사업, 기업 프렌들리 같은 정책 등이 이 국토 및 국가의 보전과 운영에 어떤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며 힘없는 서민들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을까. 본인에겐 매우 유덕하지만 주변인들에겐 무덕한 팔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명조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