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이란 핵 타결, 모처럼의 호기를 놓치지 말자
[특별기고] 이란 핵 타결, 모처럼의 호기를 놓치지 말자
  • 경남일보
  • 승인 2015.07.16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명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경상대 겸임교수)
2002년 8월 이란 핵 위기가 터진지 13년을 끌어온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핵 협상이 지난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최종 타결됐다. 미국을 포함한 영국·프랑스·중국·독일· 러시아 등 주요 6개국과 이란 대표단은 지난 4월 포괄적 합의를 하고 나서 6월 말까지 세부안을 타결하기로 했지만 최종 시한을 네 차례나 연장하는 진통 끝에 극적 합의에 이르렀다.

이번 합의로 이란은 군사시설을 포함해서 우라늄 농축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란은 그간 유엔과 미국으로부터 전방위 제재를 받으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려 왔다. 석유매장량 세계 4위의 산유국이지만 제재 때문에 석유를 팔 길이 막혔고, 국내적으로는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16%에 이르는 등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됐다. 미국과의 협상타결은 핵 대신 경제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이로써 1979년 이란 주재 미국대사관이 점거당해 미국·이란 관계가 악화된 지 35년 만에, 핵의혹이 제기된 지 13년 만에 양국 간의 합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평가대로 ‘역사적 합의’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첫 임기를 시작하기 직전인 2009년 초 북한·쿠바·이란 등 3개국을 거론하며 ‘적과의 악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의 오랜 적이었던 쿠바에 이어 이번에는 이란과도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외교적 과제를 완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아직 화해하지 못한 적(賊)인 북한이 남아 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 세 차례 핵실험을 강행했고, 지금은 헌법에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상태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달라고 생떼를 쓰는 단계에 와 있다. 이란 핵협상 결과물과 같은 성격의 ‘제네바 합의’를 이미 1994년에 체결했으나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을 진행하면서 파기한 전례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미국은 ‘북한은 이란과 상황이 다르다’고 분리 대응전략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란과 다르다고 팔짱만 끼고 시간만 보낸다면 핵 소형화개발 등 북한의 핵기술은 고도화할 것이다. 북한과 이란은 핵·미사일 정보와 인적·물적 자원을 교류해온 맹방이다. 그런 이란이 핵을 포기했으니 북한지도부도 동요할 게 분명하다. 북한 핵은 이란 핵보다 더 위험하고 더 시급한 과제다. 우리는 미국이 적극 나서도록 외교적 능력을 십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이란 핵 협상에 이스라엘 반발 등 중동지역 내 엇갈린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다자협상을 통해 포괄적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북핵문제 해결협상에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 중국· 러시아는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인 만큼 북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올 하반기에 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북핵 문제를 협상 테이블의 주 의제로 다뤄야 한다. 내년이면 미국은 대선국면에 접어들고 박근혜 정부도 집권 후반기다. 모처럼의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강명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경상대 겸임교수)
강명진사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