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문화
간판문화
  • 경남일보
  • 승인 2015.07.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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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마산문화원장)
임영주
출근길 대문을 나서면 제일 먼저 맞닥트리는 것이 간판이다. 도시생활에서 간판을 보지 않고 살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대중교통 정류장도 표시가 있어야 하고 물건을 사려고 하면 상점도 간판을 보고 찾아야 한다. 간판이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한 사업자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잘 띄기 위한 간판을 갖은 노력으로 설치하게 될 것이다.

간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옛날에는 위치를 알리는 정도였으나 지금은 사람의 시선을 모아 자기장소로 몰리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광고간판은 광복 전후로 목판에 칠을 하고 손으로 글씨를 써서 마련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던 것이 점차 산업화되면서 1960년대부터 다양한 간판이 출현했다. 1970년대 들어 네온사인이 등장하면서 현란한 간판이 도시의 대명사가 됐다.

2000년대 초반 서울시정개발원 자료는 서울에 150만개의 광고간판이 있으며 대략 2.4가구, 인구 6.8명에 한 개꼴로 그중에서 무허가 간판이 52%에 이른다는 조사가 있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전국적으로 500만개의 광고간판이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간판천국이다.

최근에는 간판으로 위치를 알리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간판으로 나의 모든 것을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을 하면서 간판이 작고 평범하면 묻히고 만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자기 간판은 무조건 남들보다 크거나 화려하게 설치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광고간판이 좋다는 것은 아니다. 유럽이나 선진국을 가보면 작고 간단하면서 조각품처럼 아름다운 간판이 많다.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고풍스러운 거리의 모습에 간판이 예술작품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국을 다녀간 외국인들은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무질서한 간판을 지적하고 너무 자극적이며 공해수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산뜻하고 화사한 간판은 도시미관을 아름답게 한다.

이제 우리도 건물과 거리 특성에 맞게 안전하고 아름다운 간판을 만들어야 한다. 간판은 사유물이지만 공공재로 인식하고 행정당국과 함께 공동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미적 감각으로 도심의 가로경관을 살리면서 광고도 할 수 있는 간판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임영주 (마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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