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오빠 안녕?
앞집 오빠 안녕?
  • 경남일보
  • 승인 2015.07.2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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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황숙자
주민자치센터 사회복지공무원으로 근무하다 보면 염려스러운 일 중의 하나가 센터 내 거주하는 독거노인의 마지막 모습이 방치된 채 발견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요양보호사 파견, 밑반찬서비스, 안부전화, 응급 안전서비스 등 각종 시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지만 간혹 서비스에서 제외된 분들이 있을 수도 있고, 보통의 경우 고독사가 생기면 자식이나 가족, 친지보다는 공공기관의 관리소홀로 책임을 지우게 되기 때문이다.

앞집 노부부가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현관 앞에 신문이 방치된 채 쌓이기 시작했다, 노부부가 살고 있었기에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뭔 일 생긴 건 아닐까’ 등 별의별 상상을 하며 신문을 집에 보관했다. 한 달이 지나서 인기척을 느끼고 모아놓은 신문을 건네면서 “갑자기 사라지셔서 걱정했다고 어디 다녀오셨냐”고 여쭈었더니 “미국에 있는 아들네 잠시 다니러 갔다”는 것이었다. 장기간 집을 비우면 미리 알려 달라고 하고 전화번호를 주고받았다. 지금은 앞집과 시골에서 가져온 채소를 나누기도 하며, 가끔씩 차도 함께 마시고 헤어질 때는 “먼 길 조심해서 가세요”라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지낸다.

시골마을을 제외하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가끔씩 현장에 출장 나갈 일이 있어 다세대 주택을 방문하면 옆집 사람의 이름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고 수혜 대상자가 전화라도 받지 않을 때는 인상착의를 이야기하고 어렵사리 집을 찾기도 한다.

조지 베일런트가 814명의 성인남녀 조사결과를 발행한 행복의 조건에서 ‘사람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도록 결정 짓는 것은 지적수준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만큼 이웃과 어떤 관계망을 형성하고 살아가는가와 행복한 삶이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뜨면 받지 않고, 낯선 사람이 초인종을 눌리면 아예 집안에 아무도 없는 척하는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공동체 회복은 옆집 사람, 앞집 사람과의 소통에서 시작되지 않을까. 어릴 적 제사 모신 다음날은 이웃집에 음식을 나눠주고, 동네 노인들을 모시고 한바탕 잔치하던 시절의 이야기는 어느덧 전설이 된 오늘이 안타깝다.
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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