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과 로션
스킨과 로션
  • 경남일보
  • 승인 2015.07.2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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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이창섭
세수하고 아침에 얼굴에 바르는 ‘스킨과 로션’ 중에서 어느 쪽이 빨리 닳아 없어집니까? 똑같이 떨어진다는 분도 있고 스킨이 먼저 바닥을 보인다는 분도 있더군요. 또 여름에는 스킨이, 겨울에는 로션이 빨리 닳아 없어진다고도 하던데 저 같은 경우는 계절에 관계없이 로션을 스킨보다 많이 쓰는지 로션쪽이 항상 먼저 떨어지는 편입니다.

스킨이나 로션이 같은 크기의 병에 담겨져 있는 것들이기에 매일매일 균형을 맞춰서 얼굴에 바르면 동시에 다 떨어져 새로 두 가지를 셋트로 함께 구입하기에도 좋을 것입니다. 해서 저는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아침에 두 병을 비교해 보고는 양이 적은 쪽은 조금 덜 바르거나 아니면 건너뛰고 안 바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스킨만 두 번 바르고 출근하는 날도 생기더군요. 한번은 로션 대용입니다. 한번은 왠지 섭섭해서 말입니다.

대학 때 전해들은 이야기인데 어느 전설적인 술꾼 선배가 있었답니다. 제가 다닌 대학은 유독 술에 얽힌 비화나 잡화가 많은 편입니다. 막걸리 한 병에 정구지 찌짐 한판으로 시작한 이 선배의 술자리는 막걸리와 찌짐이 동시에 떨어질 때까지 계속된다고 하더군요. 막걸리는 떨어졌는데 찌짐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막걸리 한병을 또 시키고 막걸리가 남으면 찌짐 한판을 또 주문하는 식입니다. 동시에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다 그 술자리는 늘 새벽에나 되어야 끝났습니다. 대학시절 호기와 객기로 가득했던 그 선배 지금도 무엇하시는지 궁금하네요.

스킨과 로션, 그리고 그 전설적인 대학 선배 얘기를 장황하게 한 이유는 살아가는데 균형이 참 중요하더라는 것을 말하기 위함입니다.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또 어느 한 곳에 더함과 부족함이 없는 균형 말입니다. 특히나 일할 때 무언가를 판단하거나 또 사람을 대할 때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부터도 이 두 가지 것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요새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깨끗한 물에 세수하고 스킨과 로션을 바르면서 매사 일처리나 사람을 대함에 있어 균형감 있게 오늘 하루를 살아보자고 다짐 하지만 그게 말처럼 안 되는 날이 훨씬 많더라고요.

체조선수나 외줄 타는 광대가 평균대나 외줄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본연의 일들을 훌륭히 수행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균형이란 힘입니다. 밤새 막걸리와 정구지 찌짐의 균형점 찾는다고 생고생하신 분도 있지만 단박에 그 균형을 잡으셨다면 그 수고스러움을 아마도 많이 덜었을 겁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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