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쟁이 낡은 자전거
쓸모쟁이 낡은 자전거
  • 경남일보
  • 승인 2015.08.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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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황숙자
오래전 일이다. 청내 게시판에 “자전거 타러 갑니다. 자전거 타실 분 오세요” 공지사항을 보게 되었다. 자전거라 하면 여고시절 비포장도로 시골길 4㎞를 통학했으니 남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예정된 날 평상복에 소쿠리 달린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 복장을 갖춘 단체 행렬에 합류하여 시청광장에서 출발하여 경마장까지 왕복 40㎞ 거리를 달리게 되었다. 그런데 내 자전거는 열심히 저어도 속력이 다른 자전거에 비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실력부족이거니 생각하고는 더 힘껏 페달을 돌려 일행과 비슷하게 완주를 마치게 되었다.

그런데 이후에 자전거 가격대가 5만원부터 1000만원대까지 형성되어 있고, 내가 타고 다니는 자전거는 생활자전거라 성능 좋은 값비싼 자전거의 속도를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사실을 알았다. 참으로 ‘무식한 사람이 용감하다’는 표현이 딱 맞구나. 그 당시 자전거에 대해 무지하고 다만 체력으로 달렸던 때를 회상하면 일행이 얼마나 의아해했을 지 ‘소쿠리 달린 자전거 타고 오신 분’이라는 표현을 했던 그 의미를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지금도 자전거 타기를 즐기지만 아이들 어렸을 적에는 김해 화목벌판을 버너와 코펠을 배낭에 넣고 자전거로 달리며 라면을 끓여 먹는 일도 한 달에 두 번씩 하는 가족행사 중의 하나였다. 아이들에게는 자연공부와 체력증진, 가족화합까지 되니 건전한 놀이였다. 지금도 마음이 심란할 때면 집을 나와 금천습지 한바퀴를 느리게 돌면서 자연 풍경과 소리를 듣고 오면 기분이 맑아진다. 5일장이 서는 날은 복잡한 시가지를 달려 장을 손쉽게 봐 오기도 한다.

남들은 낡은 자전거라고 하지만 길거리 어느 곳에 세워두어도 고물장수 아니면 손 탈 일 없고, 평길 정도는 속력은 느리지만 하루 종일 무난히 달리는 내 고물자전거는 쓸모 있다. 지금은 아이들이 자라 외지에서 학교생활과 군복무 중이지만, 아이들이 집에 오면 둔치도 수양버들 아래 놓여진 평상 옆에 타고 간 자전거 4대를 나란히 세워 두고 라면을 끓여 먹으며 추억여행을 하고 싶다.

그리고 믿는다. 아이들이 엄마·아빠와 낡은 자전거를 타고 웃으며 보냈던 유년의 추억으로도 평생 행복해할 것이라고.
황숙자 (김해시 시민복지과 장애인 복지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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